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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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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25 조회수63 추천수3 반대(0) 신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루카 1,26-38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합니다. 존재감 조차 없는 단역이나 ’행인 1’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지요. 물론 우리들 각자는 자기 삶에서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고 해서 나의 삶이나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어떤 이는 그 점을 굉장히 답답해하고 억울해하지만 그게 삶이고 세상입니다. 내 삶을 어떻게든 내 뜻대로 해보겠다며 용하다는 무당들을 찾아다니지만 그 대가로 얻는 것은 기껏해야 자기만족과 합리화, 그리고 근거 없이 막연한 낙관론 정도이지요.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왜 열심히 기도했는데 자기 뜻을 이뤄주시지 않느냐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망과 좌절 속에 하느님과 담을 쌓고 신앙에서 멀어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 모든 것들은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내 삶이라는 영화를 연출하시는 감독님이 계시다는 뜻입니다. 그 감독님은 바로 내 삶과 세상 전체를 주관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느님이시지요. 그러니 그 영화의 주인공인 나는 당연히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만약 주연 배우가 감독이 정한 영화의 스토리나 연출이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며 제 멋대로 바꾸려고 든다면 그 영화는 산으로 갈 것입니다. 당연히 참담한 실패라는 결과도 따르지요. 반면에 주연 배우가 감독의 영화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긴밀히 소통하며 극의 흐름에 잘 맞는 연기를 펼친다면 당연히 그 결과물도 좋게 나올 겁니다. 마찬가지로 내 삶과 나를 둘러싼 세상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섭리해가시는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라야 오해와 절망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삶을 의미있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대천사를 시켜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할 것을 예고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아직 약혼자인 요셉과 같이 살기도 전인데, ‘남자를 모르는’ 순결한 처녀의 몸으로 어떻게 아기를 잉태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순명합니다. 하느님께서 자기 삶이라는 영화를 어떤 식으로 연출해가실지 부족한 자신은 알 수 없지만, 불가능을 모르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은 어떤 고난과 역경, 인간적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마음에 품은 좋은 뜻을 이루실 것을 굳게 믿었기에, 그렇게 되는 것이 자신에게도 가장 좋은 길이라 확신했기에 그분 뜻을 받아들이고 따른 것입니다. 그 결과 인류 구원이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은 위대한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불가능을 모르시는 전능하신 분이지만, 당신 피조물인 우리의 응답과 협력을 바라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순명과 실천 없이, 당신 편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걸 이루시고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수동적으로 그 결과에 휩쓸리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이지요.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그 뜻에 기꺼이 순명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바로 그 자리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며 당신 뜻을 이루시는 기적의 자리가 됩니다. 그러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느님 뜻에 ‘아멘’하고 응답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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