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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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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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11 | 조회수220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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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주 사제 회의를 잘 마쳤습니다. 사제들의 모임은 ‘보고’와 ‘계획’, 그리고 ‘선출’로 구성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아도 기름이 없으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북미주 한인 공동체를 위한 사제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공동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돈, 그리고 방향성이 함께해야 합니다. 회의에서 저는 ‘너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세의 율법을 읽을 때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마음에는 너울이 덮여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돌아서기만 하면 그 너울은 치워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너울’은 단지 베일이 아니라,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과 고정관념을 뜻합니다. 우리 각자도 인생에서 다양한 ‘너울’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 너울은 때로는 이민자로서의 불안함, 사목자로서의 책임감, 또는 내면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습니다. 루쉰은 “가장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기 위해선 먼저 눈을 감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도 말합니다. “주님은 영이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하느님께 나 자신을 열 때입니다. 주님의 영이 나를 비출 때, 나는 나 자신이 걸고 있던 너울을 벗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로움은 주님의 영한테서 나오는 자유에서 시작됩니다. 율법을 넘는 사랑, 규범을 넘는 자비, 겉모습을 넘어선 진실한 관계가 그 열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은 무엇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말씀하십니다. 신앙인은 외모, 능력, 재산, 명예, 권력으로 평가를 받지는 않습니다. 신앙인은 남을 비난하고, 욕하고, 원망하고,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신앙인은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희생했는지, 얼마나 봉사했는지, 얼마나 겸손했는지를 가지고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율법과 규율이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를 편안하게는 하지만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를 해방해 주고, 자유롭게 하는 것은 하느님의 마음을, 하느님의 뜻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150여 개가 넘은 북미주 한인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온 사제와 1.5세 현지 교구 사제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사제 회의를 통해 저는 1세대 사제와 1.5세, 2세 사제들이 함께 손잡고 너울을 벗고자 하는 노력을 보았습니다. 교회가 단지 과거의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음의 너울을 벗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주님의 빛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것입니다. 사람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함께 손을 맞잡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곳에 주님의 영이 계시며, 거기에는 참된 자유가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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