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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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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14 조회수5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마태 5,33-37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능가할 수 있는 세번째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예로 드십니다. 맹세는 어떠한 일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저 당장의 난처함을 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맹세를 해서는 안됩니다. 자기 입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맹세를 했다면, 특히 그 맹세를 주님 앞에서 했다면 반드시 내가 내뱉은 말대로 지키고자 노력해야 하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서 일부러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맹세를 하는 경우는 생각처럼 많지 않습니다. 그런 건 악질적인 사기꾼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보통 우리는 나중에 반드시 그대로 실행할 각오로 맹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그 ‘나중’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지요. 내 능력이 부족해서, 적당한 타이밍을 놓쳐서, 여건이 좋지 않아서 등등 여러 이유로 나의 맹세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거짓 맹세’가 되고 맙니다.

 

‘거짓으로 맹세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나, ‘맹세한 바는 꼭 지켜야 한다’는 말은 어떤 면에서 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인간 편에 자기가 한 맹세를 반드시 이뤄낼 힘이 있다는 그릇된 전제가 깔려 있는 겁니다. 그런데 부족하고 약한 우리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안되는 경우가 사는 동안 셀 수도 없이 자주 닥쳐오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예 맹세하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맹세를 할 때에는 보통 자기보다 위대하고 강한 존재의 명성과 힘에 기대려고 듭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한 맹세를 보증해줄 ‘보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이지요. 그러다 내가 그 맹세를 지키지 못하게 되면 내 체면과 신용이 깎이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보증인으로 내세운 존재의 위상까지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을 두고는 절대 맹세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함부로 맹세를 해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이 세상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당신 피조물을 잘 다스리고 관리하라고 맡기셨지, 그것을 소유하거나 제멋대로 다루라고 하지 않으셨지요. 즉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 있는 그 무엇도 자기 힘과 능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먹일 권리 자체가 없는 겁니다. 하느님의 옥좌인 하늘, 그분의 발판인 땅, 하느님이 머무르시는 도성 예루살렘은 물론이고 내 몸의 지체 중 한 부분까지 어느 것 하나 내 뜻대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보잘 것 없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그런 우리가 하느님을 이용하여 나 자신의 정당함을 과시하려 든다면 그건 만물의 주님이신 하느님 앞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교만이자 불충의 죄가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유일한 일은 우리의 참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에 “예”라고 응답하며 따르고, 그분 뜻을 거스르는 일에는 “아니요”라고 응답하며 배척하는 것 뿐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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