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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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2025년 7월 1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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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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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16 | 조회수167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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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교구 사제 모임이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알래스카, 시카고, 포트워스, 워싱턴 DC, 델라웨어, 달라스 등 미국 각지에서 사목 중인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시편의 말씀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이 오순도순 함께 모여 사는 것!” 그 자체가 은총이었습니다. 모임 중 한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나는 왜 한국을 떠나 교포 사목을 하고 있을까! 문득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들려온 주님의 음성 같았습니다. ‘요셉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렇다면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사제는 명예를 좇는 이가 아니라, 맡겨진 양 떼를 향한 사랑으로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교회의 권위는 민주적 표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위임된 것이기에, 그 힘은 세속적인 기준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주교님의 말씀이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 “작은 일에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슬퍼하지도 마십시오. 하느님께 의탁하며 기쁘고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신부님들은 내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의 모임을 기약하며 각자 삶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신부님들 모두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여러분은 모두 나에게 오십시오. 내가 여러분에게 안식을 주겠습니다.” 이 구절은 단지 피곤한 사람에게 휴식을 약속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고통과 혼란 속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쉼을 주겠다는 초대입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합니다. 우리는 결과와 경쟁에 쫓기며 살아갑니다. 속도를 중시하고, 효율을 우선하며, 사람보다 시스템을 먼저 보는 세상입니다. 그 안에서 인간은 쉽게 도구화되고, 관계는 파편화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말이 거칠어지고, 위로와 공감의 언어는 줄어듭니다. “진정한 치유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든 자를 고치실 때, 단지 기적을 행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손을 잡아 주셨으며, 마음을 만져 주셨습니다. 사랑이 동반된 손길이었고, 존엄을 회복시켜 주는 만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손을 다시 바라봅니다. 손은 기도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치유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같은 손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죄를 짓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손’은 창조의 도구입니다. 이 손으로 고통받는 이의 짐을 들어 줄 수도 있고, 격려의 편지를 쓸 수도 있으며, 축복의 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고난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를 고난에서 끌어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겠다.” 하느님의 구원은 추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동’을 포함한 희망의 약속입니다. 절망의 땅에서 해방되어 희망의 땅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신앙의 여정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권력의 길도, 명예의 길도 아닙니다. 사랑의 길, 희생의 길, 나눔의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참된 안식이 있습니다.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멍에를 기쁘게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 멍에는 억압이 아니라 해방이며, 부담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우리는 그 멍에를 통해 예수님과 함께 걷게 됩니다. “고운 말을 하면 사랑의 꽃이 피고, 나쁜 말을 하면 원망의 꽃이 핍니다.” 입으로는 위로의 말을 자주 나누면 좋겠습니다. 손으로는 치유와 축복의 일을 자주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발로는 복음의 길을, 예수님께서 가신 그 길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그 길 끝에, 주님께서 약속하신 참된 안식과 영원한 생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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