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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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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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18 | 조회수80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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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마태 12,1-8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오늘 복음은 안식일에 대한 논쟁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밀밭 사이를 지나가던 제자들이 너무 배가 고파 허기진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밀 이삭을 뜯어 먹습니다. 밭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밀 서리’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왜 당신의 제자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느냐’고 따집니다. 이스라엘의 율법에는 가난하고 굶주린 이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주인이 있는 밭의 작물을 따먹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고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낫이나 기타 농기구를 이용하여 본격적인 ‘추수행위’를 함으로써 그 밭의 주인에게 고의로 경제적 피해를 입히지 않는 이상,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재산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 법’을 걸고 넘어집니다.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은 것이 ‘추수’이고, 그것을 손으로 비벼 밀알을 떨어낸 것이 ‘타작’이며, 남은 부스러기를 입으로 후 불어 밀알과 부스러기를 분리한 것이 ‘탈곡’이라고 우긴 것이지요. 참으로 편협하고 쪼잔한 사고방식입니다. 그처럼 안식일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으로 규정하는 모습이, 그 규정을 지키지 못한 이들을 죄인취급하고 단죄하는 모습이 안식일 규정에 담긴 참된 정신을 희석시켰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식일 규정을 부담스럽고 괴로운 족쇄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식일 규정은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속한 그분 백성이라는 정체성에 기인합니다. 하느님께서 엿새에 걸쳐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 쉬셨으니 그분의 백성인 이스라엘도 쉬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만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노동을 멈추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고 따르며 거룩하게 지내야 합니다. 또한 나만 쉬는 게 아니라 종들과 가축까지 다 쉬게 함으로써 세상 만물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삶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일상의 파스카가 바로 안식일인 것이지요.
메마르고 척박한 땅, 그래서 먹을 것을 찾기 어려웠던 광야에서 지내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안식일’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만나를 충분히 내려주시고 바위에서도 물이 솟아나게 하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고 신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내일 먹을 양식이 없는데도 근심 걱정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하느님 섭리 안에서 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이 다 갖춰진 풍족한 환경에서 내일이 아니라 다음 달, 내년까지 먹을 것을 쌓아두고 살면서도 제대로 쉬질 못합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안식일의 주인으로, 내 삶의 참된 주님으로 모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내 힘과 능력으로 해결하려고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상황이 내 뜻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근심 걱정에 빠져 괴로워합니다. 마음은 항상 좌불안석이고 머리는 늘 지끈지끈 아프지요.
문제는 그 근심 걱정을 성당에까지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 안에서,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며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데, 그래야 내 영혼이 하느님 품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며 충전되는데, 마음에서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겁니다. ‘주일’은 말 그대로 주님의 날, 주님을 내 삶의 주인공으로 모시는 날인데, 그 날 마저도 세상의 즐거움을 쫓느라, 세속의 가치들에 몰두하느라 내가 주인공이 되려고 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지요. 주일에 한 시간 미사 참례 한다고 해서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라는 계명을 잘 지키는게 아닙니다. 주님의 날은 주님을 위해, 주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주님 뜻을 실천하며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그분께서 내 안에 사시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내 삶이 주님 덕분에 거룩해집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일의 진정한 주인이 되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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