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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BC]4월17일 독서, 복음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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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한구 쪽지 캡슐 작성일1999-04-23 조회수3,441 추천수0 반대(0) 신고
기쁜소식 밝은세상

 

[PBC기쁜소식밝은세상]

99년 4월 17일 부활 제2주간 토요일

5. 독서묵상

예루살렘 교회는 유대인들의 계속되는 박해에도 불구하고 날로 성장해 갔습니다. 그러나 초대교회가 점점 커가자 교회 내부에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초대교회공동체에는 원래 이곳에 살던 토박이 히브리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민갔다 돌아온 헬라계 유대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히브리계 사람들은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히브리계 사람들의 대표가 열두사도들이었죠.. 그리고 또 한무리는 해외로 이민갔다가 되돌아 와서 예루살렘에 정착한 헬라계 그리스도인들인데요. 이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하면서 스테파노를 비롯한 일곱부제를 지도자로 해서 모였습니다. 토박이 유대 그리스도인들과 이민 갔다 돌아온 헬라계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기 때문에 자연히 모임도 따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헬라계 교우들은 토박이 히브리계 교우들보다 부동산도 적고 친척도 없고 일자리도 얻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 가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 가운데서도 불쌍한 과부들은 마땅히 더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요. 토박이 교우들의 텃세에 눌려 별 도움을 받지 못했으니 불평을 터트리게 되었습니다.

한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말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다 보면 이런 종류의 알력은 생기게 마련인데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와 언어와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전쟁과 학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 전쟁 소식이 들려오는 유고슬라비아도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 그리고 다른 민족들이 모여 살면서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일까지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는 곳이죠.

초대교회에서도 유대계 신자들과 헬라계 신자들의 알력과 마찰이 점점 심해 진 것 같은데요. 베드로를 대표로 하는 유대계 지도자들과 스테파노를 대표로 하는 헬라계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매우 공정하고 현명하게 풀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의 식량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처를 취했으니까요. 식량배급 문제와 두 집단간의 불평등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자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널리 퍼지게 되고 신도들의 숫자도 더욱더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모여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초대교회공동체는 앞으로 날로 날로 커져갈 것입니다.


11. 복음 묵상

오천명을 먹이시는 빵의 기적을 보고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산으로 몸을 피하시는데요. 예수님이 안 계시는 동안 제자들은 호수를 건너 가파르나움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고 배가 뒤집힐 듯이 출렁거렸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노를 저으며 간신히 5-6킬로쯤 갔을 때 갑자기 물위를 걸어오고 있는 분이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너무나도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거센 풍랑 속에서 자기들을 잡으러 온 지옥의 사자가 나타난 줄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물위를 걸어오신 분은 제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하십니다. 예수님이 나타나자 기적처럼 배는 벌써 뭍에 닿아 있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항해 중에 우리는 잔잔한 바다에서 바닷바람을 쏘이며 바다의 경치를 즐길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물고기도 건져 올리고 바다가 주는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인생이라는 바다는 가끔 심술을 부려 사나운 바람과 함께 배를 뒤집기도 하고 우리를 만신창이로 만들기도 합니다. 한번 폭풍의 위력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항해를 하다가 또 그런 풍랑을 만날까봐 지레 겁을 먹습니다. 제발 제 인생에서 사나운 폭풍을 만나게 해주지 말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풍랑을 피할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되지요.

그런데 왕이 되어 휘몰아치는 풍랑을 막아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피해 산으로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풍랑을 만난 제자들에게 돌아오십니다.. 예수님께서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들을 위로해 주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이 오시자 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육지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인생 길에서 풍랑을 없애주시는 분이 아니신가 봅니다. 예수님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풍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십니다. 그리고 그 모진 풍랑 속에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가면 어떤 어려운 인생 길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13. 오늘도 함께 하소서

예수님. 저희들이 살아온 길을 가만히 되돌아봅니다.

큰 기쁨 속에서 환호하던 시절도 있었고

봄날 햇볕 같은 따스한 햇살 속을 거닐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모진 비바람을 만나기도 했고

사정없이 불어닥치는 회오리바람에 만신창이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예수님. 저희들은 살아오면서 풍랑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였습니다.

풍랑을 피해서 살고 싶었습니다.

좀더 안전하고 평온한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도 풍랑 없는 미래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이 당한 풍랑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자녀들에게만은 좀더 놓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고

모진 고생이 없는 밝은 미래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내 앞에 닥치는 사나운 폭풍우를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 자녀들을 위해 모든 고생 감수하면서 바람막이가 되어주면 되어 줄수록

우리 마음 속의 두려움은 커지기만 하고

우리 자녀들도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나약한 사람들이 되어 가는 것만 같습니다.

예수님. 저희들이 풍랑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풍랑을 맞서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인생이라는 기나긴 항해 속에서

잔잔한 바람도 풍랑도 따사로운 햇살도 그저 담담하게 받아 안을 수 있는

성숙함을 키워 주십시오.

당신께서 언제나 함께 계시오니 두려움이 없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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