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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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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6-29 조회수3,701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마음의 기도>

                     창세 21,5.8-20; 마태 8,28-34

 

지난주에 북한에 억류되었던 민영미씨가 무사히 남한으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

다. 체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금강산 관광의 기본 합의를 어겼다는 이

유로 강제 억류되었던 민영미 씨의 석방을 두고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어찌 되었건 그 사건의 이해 당사자의 의견만을 고집

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간에는 민

영미 씨가 앞으로는 정말 [입조심 할 수밖에 없겠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얘기도

나옵니다.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겠죠.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 남북 합의서에

는 정부 당국자가 개입하는 시기가 사건 발생 20일 이후로 되어 있어서 염려스러

운 점도 없진 않지만, 우선 개개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서둘러 해결하

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는 생각입니다.

 

[풀턴 아워슬러 주니어]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

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가 <가이드 포스트>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감

동을 받았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열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아

버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방학을 이용해서 꽤 많은 책을 간직하셨던 아버지

를 도와드리곤 했기 때문에 어떤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

했던 그 아들은 장례를 치르고 나서 아버지의 침대에 딸려 있는 서랍을 정리하면

서 전에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메로 노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트를 뒤적이다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초록색 잉크로 정성껏 적어 놓은

많은 이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맨 먼저 가족의 이름, 그 다음 친구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이웃들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빈 페이지도 있었고

이어서 이십여 명 가량의 전혀 생소한 이름도 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께 그 노

트를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이 [아버지의 기도 노트]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 노트를 펴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손으로

짚어가면서 조용히 기도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명단은 [아버

지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씀하셨답니다. <좋은생각, 99년6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돼지를 치는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을 만났던 마귀들린 사

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재산을 잃고 기분이 몹시 상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예수

라는 사람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잔뜩 손해만 봤잖아] 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었고, 마침내는 예수님께서 그 마을을 떠나줘야 하겠다고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마귀들려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던 사람들이 군대라고

하는 수많은 마귀를 떨쳐버리고 자신들 앞에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그들

은 이웃에게 찾아온 행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잃어버린 재산이 아

까워서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향해서 마을을 떠나주셔야겠다는 어이없는 요청을

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입었던 경제적인 손실만을 생각해서 어이없는

청을 드리고는 있지만, 정작 마귀들렸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삶의 모습

도 바뀔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외면하고 마는 안타까운 행동을 하고 말았던 것

이죠.

 

다행히도 제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개인적인 사업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업을 도와주는 위치에 있거나를 막론하고 자신이 받게될 개인적인 손실에는 의

연하면서도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이웃을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의 소유

를 기꺼이 나누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 신자들은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은혜로운 받았던 삶의 경험들을 보다 많은 사

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속상한 일이 없겠습니까? 왜 답답한 일이 없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속상하게 해주었던 사람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꾸준히 기도할

수 있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산모가 해산의

고통을 걱정하다가도 막상 아이가 태어나면 새 생명이 탄생했다는 기쁨 때문에

해산의 고통을 잊을 수 있듯, 다만 어느 정도의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마

음의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구원의 삶을 체험하게 된 이웃을 반가워하며 소탈하

게 웃을 수 있는 나눔의 마음, 순수한 마음이 정녕 그립습니다. 우리들의 진실한

사랑을 나눠줄 마음의 기도, 사랑의 기도가 정녕 그립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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