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9월 2일 복음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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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정훈 | 작성일1999-09-02 | 조회수2,902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이젠 완연히 가을입니다. 때가 바뀐줄도 모르고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아랫배가 살살 아픈것이 밤바람이 무척이나 쉬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를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순교성인의 넋과 뜻을 기리며 받드는 순교자 성월입니다. 그처럼 우리 신앙인들의 때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한 둘째날 복음은 베드로 사도가 주님께 불리움을 받는 장면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음말씀에 담겨있는 베드로 사도의 마음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날에 베드로는 동료들과 더불어 자신이 생계를 위해 그물을 다듬고 나름대로의 오랜 식견을 가지고 한밤에 그 큰 호숫가에 나가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한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많은 고기를 잡아야 식구들과 함께 배나 곯지 않을텐데. 어부에게 있어서 고기잡이보다 더 소중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는데도 허탕만 친 셈입니다. 이윽고 날이 밝아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래도 내일은 고기를 잡겠지 하는 마음으로 호숫가로 나와 그물을 다시 손질합니다. 그때 베드로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서 계시는 예수님을 봅니다. 그는 언젠가 사람들로부터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고기를 잡아야 하는 자신에게 있어서 어찌보면 예수님은 그다지 큰 의미는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해, "이보시오. 배를 잠간 빌려주지 않겠소"합니다. 어부가 쉽게 배를 빌려주는 것을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입니까? 베드로는 그물을 손질하던 손을 멈추고 배를 끌어다 예수님을 태워 아마도 예수님과 함께 배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베드로는 무엇인가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때를 알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한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리고 그 만남의 순간이 자신에게 있어서는 고통과 좌절과 힘겨움의 순간이었지만, 베드로는 그 만남에서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참된 희망과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 희망과 기쁨이 고기를 가득 잡은 것으로 복음에는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을 따라 나선 때를 생각해 봅니다. 더 깊이 좌절하지 못해서 오히려 더 충실치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오십니다. 그분의 오심, 그 때를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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