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맏아들은 뉘우치고 일하러 갔다]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집에서 보는 매일미사 | |||
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25 | 조회수2,86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26주일 <맏아들은 뉘우치고 일하러 갔다> 에제 18,25-28; 필립 2,1-11; 마태 21,28-32
오늘은 연중 26주일입니다. 연중 25주일-26주일-27주일로 이어지는
주일의 복음은 포도원에 관한 소재를 통해서 하느님 아버지와 그 자
녀들인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말씀해 주십니다. 연중
25주일 복음에서는 하느님께서 포도원의 일꾼들에게 자비를 베푸신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어서 오늘은 하느님의 일터인 포도원에 부
름 받은 두 아들의 응답에 관한 비유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포도원을 차지할 하느님 백성의 자격에 관한 비유를 듣게 될
것입니다. 연이어지는 포도원의 비유에서 하느님의 일터에 초대하시
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여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대답은 ’예’ 아니면 ’아니오’입니다.
유다인들이 주축으로 삼았던 것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었습니
다. 유다 지도자들은 하느님께 순종한다고 하며 외적 표양을 보였지
만, 실은 하느님의 아들을 믿지 않음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순종하지
않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행한
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 율법이라고 하는 짜여진
- 대본대로 당신을 드러내지 않으신다는 이유로 율법에는 ’예’ 라고
하면서 예수께는 ’아니오’ 라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율법에 충실
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실현되는 하느님의 계획을 간과
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믿어
하느님의 포도원에서 일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세리와 창녀들은 처음에는 자기들 뜻대로 불의를 행하였지만
유다인들보다 먼저 하느님의 아들을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행
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하느님께서는 ’돌아오라’
고 부르십니다. [거역하며 저지르던 모든 죄악을 버리고 돌아오라!
처음에 싫다고 하였어도 뉘우치고 포도원에서 일하러 가라!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줄 때에 뉘우치고 나를 믿어라](에제 18,26-28 참조)
고 호소하십니다. 우리에게 참 희망을 안겨 주는 말씀이라 생각합
니다.
원점에서 얼마쯤 멀어져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우리가 언제
든 잘못된 행실을 버리고 돌아와서 바로 살면 당신께서 받다 주신
다는 말씀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줍
니다.
그러면 하느님께 돌아와 생명의 삶을 사는 것은 어떤 생활입니까?
오늘 2독서인 필립비서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사랑을 나누며
마음을 합쳐서 하나가 되십시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마음으
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하나가 된 공동체는 서로의 사랑을 통해
서 완전한 기쁨의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는 필립비인들에게 일치하고 조화되도록 권하며, 개인적인
야심과 자랑을 버리고 그리스도의 생애의 본질이었던 겸손한 마음
과 봉사의 마음을 가지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시듯, 형제를 진정한 마음
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사랑을 나누며
마음을 합쳐서 하나가 되십시오.
우리들은 모두 주님의 포도밭에 초대된 하느님의 일꾼들입니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맏아들과 둘째 아들 중 누구를 닮았을
까 생각하게 됩니다. 신앙 생활에 연륜이 쌓이고 말씀을 깊이 맛
들이며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첫째 아들의 모습과 둘째 아들의 모습이 상당
부분 혼합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때는 주어진 모든 것을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굳게 마음먹고 살지만, 조그마한 인간적인 상처와 실망
때문에 또 짜증을 부리고 불평을 하며 그 마음을 내동댕이치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살다가도 말씀과 성사 안에서 또다시 마음이
뜨거워져서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스스
로 조차도 실망스러울 만큼 한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예-아니오-예-아니오…의 끝없는 반복 속에서 정도를 걷지 못하
는 우리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다려 주시겠다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희망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명하신 그분의 사랑
이야말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래서 오늘
도 우리는 그리스도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용기 있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애타게 바라고 실천하
는 사람들만이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울 수 있습니다. 신앙
에 관한 말솜씨가 뛰어나고 아무리 훌륭한 지식이나 사상을 지니
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교만한 사람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큰 사람 대접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복
음의 첫째 아들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아
버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아들딸들이 될 수 있
도록 노력하도록 합시다. 아멘.
선환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