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6주간 화요일(9월 28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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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창열 | 작성일1999-09-28 | 조회수2,656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 26 주간 화요일 (루가 9,51-52) 사마리아인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으신 예수님
예수님의 전도 여행은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예루살렘에서 막을 내립니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지방을 공생활의 중심 무대로 삼으셨고, 예루살렘은 수난과 죽음의 장소였지요. 그래서 갈릴래아 지방을 뒤로 하고 예루살렘으로 가까이 향하는 예수님의 여행길은 그만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때가 임박하고 있다는 뜻지요. 오늘 복음의 첫 구절에서 "예수께서 하늘에 오르실 날이 가까워지자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정하시고"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마지막 시각이 가까워 진 것을 감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예루살렘에서는 적대자들이 예수님을 잡아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반대자들의 모략에 걸려들 결심을 굳히시지요.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곧장 가려면 사마리아 지방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지름길로 가더라도 걸어서 사흘이 걸리는 여행길이랍니다. 그런데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들과는 전통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었는데요. 국적으로 보면 같은 나라 사람들이었지만, 민족적으로는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거의 이방인처럼 대했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지방의 시카르라는 동네에 이르러 야곱의 우물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했을 때, "당신은 유대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요한 4,9) 하고 말했던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의 음식을 부정하다 하여 먹지 않았어요. 사마리아 지방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순례객들은 각자 자기가 먹을 음식을 싸 가지고 다녔지요.
예수님의 일행은 사마리아 지방에서 숙박할 작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리 사람을 보내어 일행의 잠자리를 준비하도록 하였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이전에 사마리아 지방을 지나가실 때에는 이 곳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고 이틀 동안 머무신 적이 있었는데요(요한 4,40-41).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같은 마을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마을의 주민들은 예수님의 일행이 자기 동네에 머무는 것을 거절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신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하느님을 섬겼는데요. 유대인들은 과월절을 시온산, 즉 예루살렘에서 지냈고 사마리아인들은 과월절을 그리짐 산에서 지냈답니다. 그 곳 주민들은 예수님께 대한 적개심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일행이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던 것이지요.
야고보와 요한은 격분했습니다. 이들 형제는 성질이 불같았지요. 예수님을 거절하는 사마리아인들을 보고 가만 있을리가 없었지요. 예수님의 숙소를 알아보러 심부름 같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난 것이지요.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 하고 말씀드리는데요.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가 하느님의 전갈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하늘에서 불을 내려 삼켜버리게 한 일을 생각하였던 것이지요(2열왕 1,10-12). 이런 성격 때문에 야고보와 요한은 ’천둥의 아들들’이란 별명이 지어졌던 것 같군요.
예수님께서는 그들 형제를 꾸짖으셨습니다. 어떤 말씀으로 나무라셨는지 알 수 없지만, 예수님은 사람들을 구원하러 오셨지 멸망시키려고 오신 분이 아니시지요. 또 예수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는 길은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였지요. 예수님께서 지금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 제자들은 이런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예수님께서는 일행과 함께 다른 마을로 가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반응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절하는 사마리아 지방 사람들을 없애 버리라는 제자들을 나무라는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예수님의 모습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산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도 박해자들을 용서하셨지요. 예수님은 복수와 징벌보다는 용서와 회개를 강조하셨구요. 예수님은 세상을 벌하고 멸망시키려고 오신 분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이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생각과 말씀,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마태 5,44-45)고 하신 말씀이 오늘 더욱 힘있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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