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모님 묵상] (11월) | |||
---|---|---|---|---|
이전글 | 늘 죽음을 체험하시는 분들과 | |||
다음글 | [장애 극복의 방법] (33/화) | |||
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11-13 | 조회수2,477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성모 마리아 신심미사(11월) <만물의 여왕 복되신 동정 마리아> 이사 9,1-3.5-6; 루가 1,26-38
오늘의 신심 미사에서는 마리아께 [만물의 여왕] 호칭을 드리고 있습니다. 만 물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에 버금가는 이와 같은 호칭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마음도 있습니다만, 교회의 전통이 어머니께 이와 같은 호칭을 드 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오늘 복음은 수태고지 장면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를 찾아와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세상의 주인이신 분을 몸으로 낳는 영광을 입게 될 것이라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세속의 기준으로 바라볼 때 어머니께서 넘어야 할 시련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우선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이었습니 다.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가 1,34) 두려움이 섞인 어머니께서 가지신 의문이었지만, [하느님의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신다면 안 되는 일이 없다](35-37절)는 말씀에 순종하며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라고 대답하고 계십니다.
수태고지 이후의 일들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어머니의 이 수락이 가져올 파 장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약혼자 요셉이 꺼냈던 파 혼 이야기하며, 아무의 돌봄도 없었던 마구간에서의 출산, 당신의 가슴이 칼에 찔리듯 아플 것이라는 예언자 스므온의 예언, 살해당할 위험, 아들이 미친 짓거 리를 하고 다닌다는 동네 사람들의 독설, 마귀 들렸다든지 베엘제불의 사주를 받 았다고 하는 모함, 재판에서의 치욕과 십자가에서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들의 일생을 지켜보면서도 늘 가슴아파하고 불안에 떨고 마침내 당신의 가슴에 아들을 묻기까지 겪어야 하셨던 그 고통 속에서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분, 숨어 서 보내야 했던 분,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당신을 낮추신 순명 의 여인이셨습니다. 세상에서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장 가난한 여인이셨 던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어머니께 교회는 가장 높은 칭호를 드립니다. 그러기에 어떤 신심미사에서건 어머니를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화해의 어머니, 하늘의 문, 평화의 모 후, 병자들의 구원, 아름다운 사랑의 어머니, 하느님 섭리의 어머니, 믿는이들의 어머니, 그리고 오늘 우리들이 기념하는 하늘의 여왕과 같은 수식어들입니다. 세 상에서는 가장 낮은 모습으로 사실 수밖에 없었지만 가장 높은 칭호를 받으신 어 머니께서는 우리들 신앙의 산 증인이시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신앙의 살아 있는 모델이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헌장 제8장에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 해 주고 있습니다. 이 문헌은 우리 신자들이 어머니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성서적이고, 인간적이고, 사목적인 전망 안에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마리아-그리스 도], [마리아-교회], [마리아-신앙인]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관계 안에서 어머니는 <구세주의 어머니>, <구세주의 동반자>, <주님의 종>으로 표현됩니다. 어머니께서는 참 하느님이요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셨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순종, 고통의 수락과 구원 사업 에 대한 봉사를 통해서 ’구세주의 동반자’이셨으며, 바로 이런 두 가지의 모습 안에서 ’주님의 종’으로서 참다운 모습을 살아가셨던 것입니다.
[마리아와 교회]의 관계 안에서 어머니는 <교회의 어머니>, <동정적 모성의 원 형>, <교회를 위한 덕행의 모델>, <종말론적 교회의 모상>으로 불려 집니다. 일 생 동안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기 위해서 믿는이들의 어머니로서 활동하 셨던 ’교회의 어머니’이셨고, 순결한 처녀로서 그리스도를 태어나게 한다는 점에 서 교회가 성령께서 거처하시는 거룩한 산 성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시 는 ’동정적 모성의 원형’이시며, 하느님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누 구보다도 사랑하였고, 어려운 말씀을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며, 하느님께 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기적을 앞당기셨던 ’교회를 위한 덕행’의 모델이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하늘에 불려 올림을 받으심으로써 장 차 믿는 모든 사람들이 받아야할 천상적 영광, 종말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신 ’종 말론적 교회의 모상’이 되셨던 것입니다.
끝으로 어머니를 본받고 공경해야 하는 [마리아와 신앙인]의 관계에서 볼 때 우리들이 본받아야할 어머니의 모습이 분명해 집니다. 한마디로 <사랑>, <공경>, <기도>, <본받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사랑은 예수님께 대한 우리들의 사랑을 방해하기는커녕 우리가 더욱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또한 어머니를 공경함으로써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더욱 ’흠숭’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들이 어머니께 드리는 기도는 중재기도입니다. 어머니께서 우리들의 소망을 이루어주십시오 하 는 청원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들과 한마음으로 어머니께서도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해 주십시오 라고 청하는, 어머니께서 우리들의 중재자요, 든든한 후원자임 을 전제하는 중재기도인 것입니다. 늘 하느님께 기도 드리며 하느님의 뜻에 순종 하기를 원하셨던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따라가야만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따라야할 어머니의 모습은 ’본받기’입니다. 묵묵히 그리고 변함없이 하느님만이 어머니의 화두였습니다. 일생을 두고 놓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서 노력하신 어머니의 모습을 본받는 것이 우리들에게도 여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어머니를 <만물의 여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연 그 같은 칭호를 받으셔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를 본받기 위해서 봉헌하는 이 신심 미사를 통해서 우리들의 신앙이 하느님만을 삶의 중심으로 삼으셨던 어 머니를 거울 삼아서 오로지 하느님만을 위해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매 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물의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선환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