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수님과 함께 하기(부활 3주 토)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사랑 | |||
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5-13 | 조회수2,200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2000, 5, 13 부활 제3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요한 6,60-69 (믿지 않는 제자들, 베드로의 신앙 고백)
그 때에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며 수군거렸다.
예수께서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못마땅해하는 것을 알아채시고 "내 말이 귀에 거슬리느냐?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 그러나 너희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며 자기를 배반할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 예숙께서는 또 이어서 "그래서 나는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사람이 아니면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보시고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나서서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묵상>
세익스피어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했지만, 우리 신앙인이 예수님과 맺는 관계에 있어서는 "남느냐 떠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예수님 곁에 남는 것과 예수님을 떠나는 것, 이 사이에 신앙인이 취할 수 있는 중간 입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많은 신앙인들이 때때로 중간 입장을 취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떠나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말이지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외적으로는 분명히 예수님과 함께 하기에 예수님 곁에 남아있는 것이지만, 내면에서는 예수님을 떠나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는 모습이겠지요.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있게 만드는 사람들의 능력이 대단하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중간의 어정쩡한 입장이 우리에게 신앙인으로서의 일말의 양심을 보존해 주고 인간적인 위안을 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 역시 예수님을 떠난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말입니다.
신학교 시절에 우스개소리로 "냉담 신학생"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신학생"은 사제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기에, 신학생을 꾸며주는 수식어로 "주님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 식어 주님을 떠나 있다"는 의미의 "냉담"이라는 말이 사용될 수도 없고, 사용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농담으로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은연 중에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신학생들이 자신과 동료들에게 좀 더 주님께 대한 열정과 사제의 삶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고도의 풍자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 안에는 "냉담 신학생"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냉담 신부", "냉담 수녀", "냉담 사목회장", "냉담 단체장", "냉담 단체원" 등등 있을 수 있지요. 한때 모 회사의 장판 CF 덕분에 유행하게 된 말 중에 "무늬만 무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무늬만 신부", "무늬만 신자" 이런 식을 말할 수도 있겠지요.
"냉담"이 난무하는 우리 교회 현실에서, 언제부터인지 신앙의 열정은 소수에게 주어진 은총 정도로 이해되고, 무덤덤한 신앙 생활, 집과 성당을 시계추처럼 때가 되면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자족하는 신앙 생활이 보편화되어 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되돌아 보면서, 예수님과 베드로 사도의 대화를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
분명 몸만 예수님과 함께 있다고 해서 참된 신앙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음이 함께 있어야만 참된 신앙인이 되겠지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입으로만 하는 대답이 아니라, 분명 온 몸과 마음으로 하는 대답일 것입니다. 그리고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당신과 함께 있기를 바라시고 계실 것입니다.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듣고 받아 먹으면서 보내 이 한 주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각자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