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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름없는 등잔은 쓸모가 없다(연중 21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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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9-01 조회수2,524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00, 9, 1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25,1-13 (열 처녀의 비유)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열 처녀가 저마다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것에 비길 수 있다. 그 가운데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미련한 처녀들은 등잔은 가지고 있었으나 기름은 준비하지 않았다. 한편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잔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도록 오지 않아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저기 신랑이 온다. 어서들 마중 나가라!'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 소리에 처녀들은 모두 일어나 제각기 등불을 챙기었다. 미련한 처녀들은 그제야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기름을 좀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우리 것을 나누어 주면 우리에게도, 너희에게도 다 모자랄 터이니 너희 쓸 것은 차라리 가게에 가서 사다 쓰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미련한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갔고 문은 잠겼다. 그 뒤에 미련한 처녀들이 와서 '주님, 주님, 문 좀 열어 주세요.' 하고 간청하였으나 신랑은 '분명히 들으시오. 나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하며 외면하였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

 

 

<묵상>

 

사람은 말을 합니다.

사람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말이 참된 것은 아닙니다.

말이 삶을 담아내는 그만큼 말은 진실합니다.

삶이 빠진 말은 사실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공허한 말일뿐입니다.

 

신앙인은 말로 믿음을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신앙인의 입에서 나오는 신앙 고백이 모두 참된 신앙 고백인 것은 아닙니다.

믿음을 증거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담긴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은 말의 고백이 아니라 삶의 고백입니다.

 

미련한 처녀가 있습니다.

기름없는 등잔으로 불을 밝히겠다고 나섭니다. 어림없는 일입니다.

기름없는 등잔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골동품 가게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어두움을 밝히는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믿음은, 신앙 고백은

결코 골동품 가게 진열장의 한켠에 놓인 장식품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

주님께 바쳐져야 하는 것이고,

절망의 나락에서 헤매는 이웃들에게, 삶의 의미를 상실한 이웃들에게,

희망의 빛줄기로, 생명의 단비로,

나누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살고 싶습니다. 믿음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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