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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앞에 수줍은 시인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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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민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04 조회수2,259 추천수5 반대(0) 신고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 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루가복음 9.62>

 

 

"...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 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는 것보다는 죽는게 낫다는, 이와 같은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 생활의 비록 하잘 것 없는 순간이라도 그 절박한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주님, 나는 누구입니까? 내 생애는 무엇이어야 합니까? 나의 이 모든 상념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 입니까? 나의 사랑...나의 미래...내 명예와 부귀...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루가복음 9,61>

 그러나 주님, 저를 붙잡고 유혹하는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요? 실은 유혹이 절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제 유혹에 빠져듬입니다. 쟁기를 잡고 거친 들을 갈기가 한시라도 바빠야 할 터인데, 저는 그 시작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주님, 저를 지켜 주소서.

 

 내 호흡의 모든 한숨한숨을, 지각하는 내 의식의 한올한올을 오직 당신과 그 영광에의 경배와 찬미에 쏟아 붓게 하소서. 주인이 가버려 보이지 않게된 뒤에도 여전히 그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고 섰는, 늙은 충견이게 하소서.

 

 나의 우상이시며, 나의 인도자이시며, 내 주님이신 예수님.

 당신께서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둘 자리조차 없다"고 하신 말씀은 무엇 뜻이었습니까? 당신 깊으신 뜻의 근처에도 가볼 수 없는 저이오만, 단지 당신 생각을 제가 생각할 뿐이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당신의 가난함을 이르심입니까, 혹은 세상이 주는 유혹과 집착에 사로 잡힌 저희들에게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가르치시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다가올 고통과 수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들 가운데서 느끼신 당신 슬픈 고독의 탄식이었습니까.

 

 주님, 저희는 모두 당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이라는 결국에는 침몰할 배에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저희를 버리시지 마옵소서. 저희를 당신 말씀에 즉시 그물을 버리고 따라 나선 그 무식한 어부가 되게 하소서. 또한 저희의 짧은 생애에 당신께 드릴 미미한 소품이나마 몸뚱이로 써서 바칠 수 있는 수줍은 시인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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