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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겸손과 굴욕(QT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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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영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1-02-08 조회수2,141 추천수7 반대(0) 신고

자기 딸에게 들린 마귀를 쫓아내어 달라는 여인의 간구를 보면서 매달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의 장난끼 어리기 까지 한 자녀를 먼저 돌보겠다는 말씀은 섭섭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인은 굴하지 않고 매달린다.

 

자존심이나 자만심 때문에 예수님께 조차 고상하고 우아하게 보이고 싶던 젊은 날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속마음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는 굴욕적인 강압과 요구였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채워졌는데도 예수님을 찾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핍감이 없었다면 그 앞에서의 간절함도 없었을 테니까. 아니 소원을 갖는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한때 나는 서낭당에 돌던지는 일과 소원을 간구하는 일이 무엇이 다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궂이 소망을 갖는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일지언대 예수님의 능력 때문에 궂이 기도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그 대답은 이렇게 진전된 사고였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그리고 예수님을 보내주셔서 사는 길을 가르쳐 주셨다. 그 길대로 간다면 영원히 살게되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산다는 일이 너무 싫어서 영원히 산다는데 기도까지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느냐는 염세적인 생각도 했지만...

 

그 후 10년이 지나서 알게된 것은 나 역시 별사람 아닌 사람이지만 하느님의 자녀중의 하나이고 그 하나하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들면서부터이다. 솔직히 절박한 고민을 털어놓고 말씀드린다. 매달려 울기도 하고 간절히 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인격앞에서 벌거벗은 인간으로서 서 있음에도 수치를 모를 정도의 사랑 안에서는 가능한 일인것 같았다.

 

다시말해서 10년전의 나는 교만하고 시건방졌었다는 소리이다.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도 간절하고 진실된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예수님이 원하시는 바가 아니면 내 생각이 바뀌기를 기도하면서 땅밑에 덜어진 부스러기라도 주워먹을 수 있는 각오를 다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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