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마운 할머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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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경원 | 작성일2001-02-13 | 조회수2,336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오늘 미사에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어느 분에게선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오랫 동안 씻지 않고 음식 냄새가 찌들은 냄새. 나는 워낙 냄새에 민감해서 조금 앉아 있다가 미사 시작 전이라서 얼른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피하려다가 냄새의 주인공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된 것이다. 바로 내 앞에 계신 늙은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셨던 것이다. 솔직히 너무 싫었다. 이 미사 시간 내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안 맡으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내 마음 속에 어떤 생각 하나가 스쳐갔다. 나의 영혼의 냄새는 어떨까? 나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악취가 나는 영혼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나만을 위해 살고 있지는 않은가? 매일 미사를 다니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다니지만 속으로는 남을 경멸하고 질투하고 미워하지는 않는가? 성경에 나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 처럼 위선적이지는 않은가? 향수로 포장은 했지만, 사람들은 나에게서 향수 냄새를 맡을지는 모르지만, 하느님은 나의 악취를 역겨워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갑자기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주신 그 할머니가 고마웠다. 아마 그 할머니의 냄새는 나에게 불쾌했을지 모르지만 그 할머니의 영혼의 냄새는 하느님께는 향기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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