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순명과 겸손(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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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4-29 | 조회수1,883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23. 순명과 겸손
그리스도께서는 말 그대로 왕이시다. 그래서 내 뜻이 아닌 그 분의 뜻이 내 행동의 절대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말이나 느낌이 선뜻 마음 내켜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전례와 묵상을 통해서 나는 그리스도께서 순명과 겸손으로 우리의 왕이 되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분의 왕관은 바로 가시관이었고 그 분의 옥좌는 바로 십자가 였다.
우리네 세상에서 순명과 겸손을 생각할 때는 권력과 조작이라는 개념에서 떼어내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죄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권위를 현세적인 나라를 위해 사용하려는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깨달아야 된다는 도전을 살아야 한다. 심지어는 교회 안에서 조차도 그리스도 왕국이 아닌 세속적 왕국을 건설하려는 데에 권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자들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만 한다. 예수님께서도 빌라도와 헤로데, 조롱하는 병사들과 무지하고 멍청한 군중들을 통해서 당신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다. 감히 그리스도께 견주어 보면 나에게 요구되고 있는 순명과 겸손은 참으로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나는 고작해야 하느님께 대한 나의 사랑을 내가 함께 나누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리스도의 고통을 나보다도 훨씬 더 큰 몫으로 감당해 내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순명하고 겸손해야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혹시라도 오늘 내가 어떤 사람에게 행사할 권위가 있다면, 내가 순명을 요구하는 그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나눔에 기초한 권위여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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