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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와 희망(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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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쪽지 캡슐 작성일2001-06-04 조회수2,277 추천수8 반대(0) 신고

59. 십자가와 희망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라르슈 공동체인 라 포레스티에르에서 체험했다.

의사소통에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마음에 무엇이 오고 가는지 헤아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있어보면서,

단순히 공감과 이해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존재론적인 두려움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망가진 사람들의 불안과 고뇌를 통해

겟세마니 동산에서 겪었던 예수님의 고뇌를 짐작해본다.

장애인들의 고통은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이해 못할 엄청난 외로움이다.

 

장애인들의 외로움은

단순하게 곁에서 돌보아 줄 친구나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병원 같은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그 너머에 있는 무엇,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존재론적인 절망과 불안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거대한 두려움의 옆에

그저 사랑으로 있어주는 것 그것뿐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 곁에서,

십자가를 지셨고,

그 십자가 너머로 우리를 인도해 주셨듯이 말이다.

 

놀랍고도 신비스럽게 장애인들과 보조자들은

그들의 고통과 고뇌보다도 더 강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낸다.

이들의 공동체는 행복과 슬픔을 안고서,  

그리고 초월하여 놀랍고도 멋있는 하느님 현존의 표현을 이루어낸다.

이들에게 십자가는 뿌리 없는 저 너머에 있는

존재의 근원에 있는 뿌리를 찾는 희망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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