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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의 밥이 되고 싶습니다(성체성혈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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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6-17 조회수2,142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01, 6, 17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복음 묵상

 

 

루가 9,11ㄴ-17 (오천 명을 먹이시다)

 

예수께서는 군중들을 맞아서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관해서 말씀하시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을 고쳐 주셨다. 그런데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열두 (제자)가 다가와서 그분께 아뢰었다. "군중을 해산시켜, 주변의 마을과 동네로 가서 거처를 정하고 양식을 구하게 하십시오. 저희는 여기 외딴 곳에 와 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을 향하여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 하시니 그들은 "저희가 가서 이 모든 백성을 위하여 식량을 사들이지 않는 한 저희한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 더는 없습니다" 하였다. 사실 장정만도 오천 명 가량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분은 당신 제자들을 향하여 "사람들을 대충 오십 명씩 떼지어 자리잡게 하시오" 하셨다. 제자들이 그대로 하여 모두 자리잡게 하였다. 그러자 그분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드시고 하늘을 우러러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군중에게 나누어주게 하셨다. 그리하여 모두 먹고 배가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남아 있는 조각들을 모았더니 열 두 광주리나 되었다.

 

 

<묵상>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오늘도 떨리는 마음으로 주님의 몸과 피를 축성합니다. 감히 죄인이 제가,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주님의 몸과 피를 축성하는 것입니다. 아니 주님의 몸과 피를 축성하기 위하여 그 모든 힘겨운 과정을 견뎌내며 사제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첫미사를 드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가슴에서 울컥 올라오는 말 못할 감격을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성체 성혈 축성문을 외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주님, 보잘것없는 저이지만, 이 손으로 당신께 미사를 단 한번 만이라도 봉헌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당신의 사제로 써 주십시오."라던 기도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던 그 날, 첫미사를 집전하면서 정말 이제 죽어도 후회 없다고 생각했던 순수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피는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조용히 기도를 바친 후, 오늘도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십니다. 세상의 어떤 음식도 흉내낼 수 없는 감미로운 맛을 느낍니다. 세상의 어떤 음식도 채워주지 못 할 포만감을 가집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지금 당신께서 저에게 밥이 되신 것처럼, 저 역시 당신을 따라 다른 이들에게 밥이 되게 하소서."

 

나의 부족함을 보면서 누군가 자신의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릴 수 있을 때, 나에게 자신의 울분과 감정을 퍼부으면서 누군가 자신의 응어리를 풀 수 있을 때, 나의 열정에 자극을 받아 누군가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때, 나의 환한 웃음으로 인해 누군가 마음의 어두움을 걷어내고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때, 내가 귀기울임으로써 누군가 외로움을 이겨내고 더불어 함께 하는 사는 맛을 되찾을 수 있을 때, 나의 어눌한 한마디의 말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 위로를 얻고 눈물을 거둘 수 있을 때, 나는 내게 밥이 되신 주님처럼 누군가의 밥이 되는 성체와 성혈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적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오늘도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신 기쁨에 힘입어,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라는 말씀을 "여러분을 먹을 것으로 내어 주시오"라는 말씀으로 새겨들으며, 감히 누군가의 밥이 될 수 있는 은총을 청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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