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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을 보라!(연중 11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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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6-18 조회수1,893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1, 6, 18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38-42 (제5 대당명제: 보복하지 말라)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라고 하신 말씀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마시오. 오히려 누가 당신한테 당신의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그에게 다른쪽 뺨마저 돌려대시오. 당신을 재판에 걸어 당신의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마저 내주시오. 누가 당신에게 천 걸음을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시오. 당신에게 청하는 사람에게는 주고, 당신에게 꾸려는 사람은 물리치지 마시오.

 

 

<묵상>

 

얼마 전 함께 하고 있는 한 친구(청년)가 제게 전화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한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 때문에... 제 입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니? 그것도 네가... 다 집어 치우면 될 것 아니야!'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난 후에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전화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을 할 것을...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짧은 순간에 이런 저런 생각에 혼돈스러웠습니다.

 

다음 날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왔습니다.

'신부님... 어제는 제가 죄송했어요... 신부님... 괜찮으세요...'

'응, 난 괜찮아...넌 좀 어떠니...계속 해서 힘내서 일해야지...'

그 친구와 나 사이에 다시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솔직히 그 날의 대화를 떠올리면 아직도 그 친구가 내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 친구가 내게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돌이켜보면, 그 친구가 내게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니까요.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했을 때, 이런저런 한풀이를 늘어놓았을 때, 나는 그 친구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의 말에 집착했을 뿐입니다. 그 순간 그 친구를 보았다면, 그 친구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음으로써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친구는 나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그렇게라도 풀고 싶었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날 나는 그 친구가 아니라 나만을 생각하고 나에 대한 그 친구의 믿음을 저버렸습니다.

 

일상 생활 안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자그마한 일이었지만, 며칠 전의 이 일로 말미암아 오른쪽 뺨을 때리거든 다른쪽 뺨마저 돌려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새삼 체험했습니다.

 

뺨을 맞는 억울함이 아니라 뺨을 때리는 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다른 뺨을 대지는 못할 망정 '왜 때려? 네가 나를 때릴 수 있어?'라고 외치면 그 사람을 때리기 위해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삶의 기쁨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부족한 내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시간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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