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왜 꾸준히 기도하지 못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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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7-29 | 조회수1,835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며칠 휴가와 피정 강의가 있어서 집을 비우는 바람에 묵상 나눔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묵상나누기를 매일하는 것도 참으로 힘들지만 수도자로서 기도생활을 하면서도 때론 기도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건너 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꾸준히 기도하지 못할까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주님께서도 복음에서 무엇보다도 꾸준히, 항구히 기도하라고 가르치시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바치는 기도가 그렇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도가 무슨 이익이 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고 낮기도를 하고 저녁묵상을 하고 저녁기도를 바치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체조배를 하고... 늘 틀에 박힌 듯한 기도에 때론 싫증이 나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오늘 1독서에서 아브라함이 청하듯이 의인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소돔과 고모라를 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2독서에서처럼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의 힘으로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었다면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있어서 거창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보잘 것없어 보이는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도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을 구원하시고도 남을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의 기도가 비록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위해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지요.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이러한 확신만 있다면 아무리 우리의 기도가 보잘 것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꾸준히, 항구히 기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도를 잘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도를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비록 주의기도 밖에 할 줄 모른다 하더라도 비록 매일 미사를 못한다 하더라도 비록 묵주기도를 매일 바치지 못한다하더라도 비록 성무일도를 매일 바치지 못한다하더라도 그날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기도를 꾸준히, 항구히 바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같은 나의 기도가 세상 구원을 위한 엄청난 도구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말입니다.
근데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기도는 나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기도를 한다하더라도 나를 위한 기도라면 그것은 공염불이 되고 맙니다.
성철 스님도 그렇게 가르치더군요 불공을 드릴 때는 "모든 중생이 행복하게 하소서!" 하는 지향으로 해야 한다고...
아브라함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그것도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덕이던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죄인인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친구에게 빵을 청한 이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먼길을 찾아온 벗을 위해서 청하듯이 우리의 기도는 주의기도에서 말하고 있듯이 먼저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리고 이웃의 구원과 안녕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 거죠.
이 원칙만 지킨다면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기도가 세상구원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가 된다니 이 얼마나 기쁘고도 신기한 일입니까?
여러분 이 기도에 참여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기도를 잘 하려고 애쓰지 말고 꾸준히, 성실히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기도를 바칩시다.
우리의 할 일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이루어주실 일이지요. 주님의 권능을 의심치 마십시오.
오늘도 부족하지만 나의 기도를 올립니다. 특히 죄악과 고통에 시달리는 영혼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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