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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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09-25 | 조회수2,243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조용한 산사를 찾았습니다. 어느 절이든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기 마련이고, 기념품 가게에서는 회심곡이나 부처님 말씀을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틀어놓습니다. 저는 이런 산사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대웅전을 향해 걸어 올라갈 때, 산 위에서 내려오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전통 음악을 배경으로 한 굵직한 목소리가 제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평소에 자주 들어 알고 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글이었습니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우환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이나 쾌락에 물들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길떠나는 제자들을 향해 아무것도 지니지 말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당부는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안주본능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태, 배부르고 등 따뜻한 상황에서, 그곳을 떨치고 다시 길 떠나기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러기에 복음 선포자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순례자의 자세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입니다. 우리가 이 땅위를 걸어가지만 시선은 늘 이 세상 너머에 계시는 하느님을 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순례자는 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자주 버립니다. 좀 역설적이지만 집착을 버린다는 것과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비례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충실한 삶이 곧 집착을 버리는 삶입니다.
우리의 삶이 보다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신선도를 늘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 삶이 신선도를 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늘 집착에서 떠나는 것이며,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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