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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낙타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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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02 조회수2,376 추천수19 반대(0) 신고

호신술계의 한 스승이 유단자가 되기 위해 무릎꿇은 제자에게 신중한 어조로 한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다. 검은 띠를 받는 참 뜻이 무엇이냐?" 너무도 쉬운 질문에 자신 만만해진 제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검은 띠는 긴 수련의 끝을 의미합니다. 제가 그 동안 연마한 모든 노력의 대가로 얻는 보상입니다." 제자의 답변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아직 검은 띠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1년 후에 다시 오너라."

 

실망한 제자는 1년 동안 더욱 열심히 수련을 쌓은 뒤, 다시 스승 앞에 무릎을 끓었습니다. 스승은 이번에도 똑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검은 띠를 받는 참 뜻이 무엇이냐?" 훨씬 성숙해진 제자는 작년보다는 훨씬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검은 띠는 수련 과정에 있어서 기량의 진보를 공적으로 인정하는 표시입니다." 그러나 스승은 이번에도 작년과 똑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너는 아직도 검은 띠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일년 후에 다시 오너라."

 

한동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던 제자가 이번에는 인격수양에 집중적인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후 다시 스승 앞에 섰습니다. 스승은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검은 띠를 받는 참 뜻이 무엇이냐?" 한결 성숙해진 제자가 아주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습니다. "검은 띠를 받는다는 것은 시작을 의미합니다. 더 큰 깨달음을 향한 여정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그 대답에 아주 흡족해진 스승은 드디어 "너는 이제 검은 띠를 받을 준비가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홍병식, "성공할수록 겸손해지는 미덕" 참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겸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는 아침마다 묵묵히 주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얹어주는 짐을 짊어집니다.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오면 낙타는 또 다시 주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등에 있는 짐이 내려지길 기다립니다.

 

주인 앞에 고분고분 무릎을 끓는 낙타의 모습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겸손한 삶인가를 배웁니다. 매일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말없이 무릎을 꿇는 모습, 매일 자신의 의무를 기꺼이 이행하는 모습, 주인이 매일 얹어 주는 짐을 아무 불평 없이 지고 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를 깨닫습니다.

 

낙타는 자신이 지고 가는 짐으로 인해 의미가 있습니다. 낙타에게 짐은 무거우나 그것 때문에 낙타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십자가는 언제나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나, 오직 이 십자가로 인해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로 인해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진리는 생각할수록 역설적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할 때 사실 우리는 가장 약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가장 약해질 때, 우리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그 순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시고 그로 인해 우리는 가장 강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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