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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왜 그리 바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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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1-04 조회수2,728 추천수34 반대(0) 신고

11월 5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루가 14장 15-24절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 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다.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신부님, 왜 그리 바쁘신가요?>

 

직장생활 할 때 한번은 엄청나게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본사에서 아주 높은 양반이 오셔서 전원 집합을 했어야되었는데, 하필 그 시간에 다른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외출계를 내고 외출을 하였습니다. 물론 높은 분이 도착하시고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깍듯이 인사를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얼쩡거리기도 하며 눈도장을 찍는다고 나름대로 노력했었지요.

 

그리고 나서 "이제 조용히 사라져도 되겠지"하고 유유히 바깥으로 빠져 나왔는데, 나중에야 그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자리를 지켰어야할 행사, 만사를 제껴놓고 참석했었어야 할 중요한 자리였었는데...아뭏튼 호되게 혼나면서 다시 한번 제 부족한 상황판단력을 뼈저리게 실감했었습니다.

 

낚시 동호회의 출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의 칠순잔치에 가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다 웃을 것입니다. 노인정 친구들과의 게이트볼 시합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외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그것보다 몰상식한 일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일의 중요도 여부에 따른 우선적인 선택 그것은 인간 사회 안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는 기본적인 자세이겠지요.

 

교구 신부님들이나 저희 같은 활동 수도자들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신부님 뵙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왜들 그리도 바쁘신가요? 사제 또는 수도자다운 체취보다는 중소기업 사장 아니면 대기업 영업사원 같은 분위기가 풍겨요. 매일 눈만 뜨면 일! 일! 하시는데, 보다 자주 피정도 가시고 휴식도 취하시면서 기도생활에 좀 더 전념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때로 저 역시 잠시라도 일을 손에서 놓고 있노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특별한 일이나 약속에 없으면 괜히 안절부절하게 됩니다. 아마도 일의 노예, 일중독증으로 가고 있는 중이겠지요?

 

하루 동안의 삶을 분석해보면 참으로 바쁘게 돌아갑니다. 끊임없는 만남, 회의, 전화, 초대 등등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절실히 다가오는 깨달음 한가지는 결국 그 모든 일들이 하느님 체험, 하느님과의 개별적인 만남이란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면 다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선택의 대상들 앞에서 제 1순위, 우선적 선택의 대상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초대에 응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초대 중에 가장 중요한 초대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초대입니다. 여러 초대들 가운데 우리가 보다 기꺼이 응해야할 초대는 기도에로의 초대, 영적쇄신에로의 초대, 미사에로의 초대, 고통에로의 초대, 십자가에로의 초대, 결국 자기 죽음에로의 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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