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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구선수 지단과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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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15 조회수2,243 추천수22 반대(0) 신고

12월 16일 대림 제 2주일-마태오 11, 2-11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그 사람보다는 크다."

 

 

<지단과 세례자 요한>

 

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단연 프랑스 국가 대표팀의 지단을 꼽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미드필드를 휘젓는 현란한 드리블, 날카로운 패스는 지단의 특기입니다. 98년 월드컵 때의 지단의 모습,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지단은 그때 축구가 일종의 예술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지금 프랑스는 지단의 화려한 활약에 힘입어 2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단이 축구선수로서 위대한 이유는 결코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닙니다. 지단은 다른 스타플레이어처럼 자기 혼자 경기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팀플레이의 명수입니다. 동료선수들이 쉽게 득점할 수 있게 볼을 찔러 넣어주는 정확한 어시스트야말로 지단을 지단답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기장 전체를 꿰뚫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수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면도날 같은 패스는 거의 신기에 가깝기에 지단은 다른 숱한 골게터보다도 더 각광을 받습니다.

 

시합에 뛰는 선수들에게 있어서 골을 기록하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다 골을 넣을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욕만 잔뜩 먹는 최후방 수비도 봐야만 합니다. 그리고 골을 기록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결정적인 도움, 어시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단의 활약은 더욱 돋보이는 것이고, 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구약시대의 마지막 대예언자, 주님의 길을 닦은 훌륭한 선구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은 뛰어난 언변과 타고난 지도력으로 당시 백성들로부터 큰 추앙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자 요한은 참으로 겸손했습니다. 자신의 신원,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사명에 대해서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 "예수님이 주연인 연극에 가장 충실한 조연"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자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에 죄를 없애시는 분이 바로 저기 오신다"고 외치며 백성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다한 세례자 요한은 무대를 예수님께 내어드리고 자신은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아카데미 영화제 최고의 남우조연상 수상감입니다. 자신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요한이었기에 결코 주연이신 예수님보다 튀지 않습니다. 결코 나대지 않습니다. 주연이신 예수님이 더욱 화려하게 뜨도록 목숨 바쳐 열연한 스턴트맨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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