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간 금요일 말씀(아가 2,8-14; 루가 1,39-45)

친척 엘리사벳의 잉태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걸음을 서둘러’ 엘리사벳의 집으로 찾아간다. 오랫동안 아기가 없던 엘리사벳의 근심을 잘 알고있던 마리아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가 기뻐 축하 인사를 나누는 대목이 오늘 복음이다.

복음사가는 ’바로 그 때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며 기쁨의 장면을 역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기에게까지 전달될 정도로 엘리사벳의 기쁨이 컸음을 알려주는 이 표현은 다시 반복됨으로써 어머니들뿐만이 아니라 태중의 아기들에게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즉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 뿐 아니라 아기 요한과 아기 예수와의 만남도 놓치지 않도록 의도하고 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인 요한과 구약의 성취자인 예수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다. 그러니까 구약의 시대와 신약의 시대가 교차되는 구세사적인 시점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여인의 만남은 구세주를 기다리던 과거의 하느님 백성의 어머니(엘리사벳)과 구세주를 맞이한 미래의 하느님 백성의 어머니(마리아)가 만나는 중요한 사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에 성령의 기쁨도 말할 수 없이 크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이 성령을 가득히 받아 마리아를 보고 큰 소리로 외치는 말이다. 성령의 기쁨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마리아가 복되고 태중의 아들 역시 복된 분이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복되신 것은 단순히 ’주님의 어머니’가 되시기에 복되신 것이 아니라 주님의 약속의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복되신 것이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복이 있으나 마리아는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주님이 부르셨음에도 즉각 응답하시어 신앙인의 모범이 되셨으니 모든 여인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신앙인들 가운데서도 참으로 복되신 분인 것이다. 태중의 아기  또한 이러한 어머니의 신앙과 하느님 축복의 결실로써 그분 역시 복되시다.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 노루같이, 날랜 사슴같이 껑충껑충 어서 뛰어오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신부의 속삭임이 오늘 독서이다. 여기서 신랑은 그리스도이며 신부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인류이다. 오늘은 복음과 연관지어 인류가 구세주를 부르는 애절한 사랑의 노래를 듣고 먼길을 마다 않고 서둘러 찾아오는 마리아의 모습을 그려본다. 기쁨을 나누고 축하해주기 위해 엘리사벳을 방문했던 것처럼... 얼마 남지 않은 성탄절, 우리에게 구세주를, 그 큰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시는 성모님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