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면회 좀 와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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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1-12-23 | 조회수2,460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12월 24일 월 예수 성탄 대축일-마태오 1, 1-25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면회 좀 와주세요>
어제 오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 소년원 천주교반 교실에서는 소박했지만 참으로 정겨웠던 성탄행사가 있었습니다. 이틀 앞당겨 성탄미사를 봉헌하였고, 이어서 60여명의 아이들과 10여명의 봉사자 어머니들은 일곱 조로 나뉘어져 빙고게임을 했습니다.
어른들도 상품을 건 내기 시합이라면 목숨걸고 덤벼들지 않습니까?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소년원 아이들의 상품을 향한 "투신"과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어제만큼은 잠자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조마조마한 기대감을 잔뜩 안은 아이들의 콧김으로 천주교반 교실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어제만큼은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어느덧 생활관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성탄인사를 건네고 있던 제 옆에 한 아이가 줄곧 서있었습니다. "뭐 부탁할 일이라도 있니?" 하고 제가 묻자, 머뭇머뭇하던 아이는 간신히 입을 열었습니다. "예! 혹시 다음 주 평일 날 시간 나시면 개인 면회 한번 와 주세요."
그 순간 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면회 올 보호자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한 주에 한번, 그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면회를 와서 점심도 사주고, 꼭 필요한 물건도 넣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일 년 전쯤 제가 개별 면회한 것 빼고는 아무도 면회 온 적이 없었던 그 아이가 면회자 호명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허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성탄, 아무리 바빠도 개별 면회한번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졸라대던 운동화도 한컬레 사주고 맛있는 것도 좀 사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다시 성탄입니다. 지난달부터 거리를 울리던 성탄 캐롤의 볼륨이 최고조에 도달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다시금 사랑을 확인합니다. 교회마다 성탄 트리다, 장식이다, 성가연습이다 해서 모두들 바쁩니다. 그러나 왠지 허전합니다. "뭔가 빠졌는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성탄의 본질적인 의미가 사라진 그 자리에 강한 상업주의의 물결이 주인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형식적이고 겉치레뿐인 성탄행사는 이제 그만 하면 좋겠습니다. 성탄에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오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 드리는 일입니다. 겸손했던 그분의 삶을 묵상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겸손과 한참 멀어진 우리들의 생활 양식을 반성하고 다시금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성탄에 우리가 할 일은 먹고 마시고 즐기기는 일보다는 오랜 수감생활에도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는 재소자를 한번 찾아가는 일입니다. 성탄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시립병원이나 가난한 보육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한다는 것은 성탄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결코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 있기까지의 과정 전체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성탄을 진정으로 경축하는 사람은 육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매일 이 세상에 죽는 사람입니다. 이웃을 위해 투신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구간 겸손을 매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성탄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2002년 서울 소년원 겨울 신앙학교(경기도 의왕시 소재)자원봉사자 모집
일시: 2002년 1월 8일(화)-1월 11일(금) 4일간 매일 오전 10:00-오후 4:00 자원봉사 내용: 아이들과 함께 조별 프로그램 참여 자원봉사 대상: 4일 가운데 적어도 2일 이상 참여 가능하신 분 *점심 제공, 매일 오전 9:00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살레시오 수도원에서 봉고차 출발 *연락처: 02-832-5026, 011-9936-3068 소년원 담당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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