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 몸이 죽어서 재가 될지라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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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12-26 | 조회수2,496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예수님의 성탄에 곧이어서 부제 순교자 스테파노 축일이 오는 것은 어찌보면 성탄의 분위기를 희석시키는 듯이 보인다. 이 기쁜 시기에 곧바로 순교자 축일을 집어넣어 분위기를 망칠 일이 있나... 괜히 뭔가 찜찜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분명 스테파노 순교자의 축일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의 삶과 죽음을 의미있게 만든다. 그분의 탄생으로 우리 또한 다시 태어난 것과 다름없고 그분의 탄생으로 우리의 죽음도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분의 탄생은 내 삶이 아무리 구차하고 힘들게 느껴져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그리하여 이제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의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서 살아야 함을 다짐케 해준다. 스테파노의 삶은 이제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위한 삶이 된다.
그분의 탄생은 우리의 죽음이 인생의 끝이요 비참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님과 영원히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준다. 내 한 몸 죽어서 재가 된다할지라도 내가 사랑하는 님과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스테파노의 죽음은 더이상 죽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님과 하나되는 길이다.
이 성탄시기에 우리는 내 인생살이가 왜 의미가 있고 나의 죽음조차도 희망벅찬 순간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 인생살이가 고달프다고 하소연할 필요가 없다. 병고에 시달리고 이제 죽음이 엄습한다하더라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그분이 나의 비참함과 고달픔을 위해 우리와 같은 인간 육신을 취하셔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고 그분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심으로써 우리의 죽음을 물리치셨다는 것,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 아닌가?
스테파노 순교자 축일에 우리 또한 주님의 얼굴을 뵙고 그분과 하나되는 길을 추구하자. 비록 이 몸이 죽어서 재가 될지라도 그분과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새해에는 실망과 좌절을 하지 말자. 불평과 불만을 하지 말자. 그분 때문에 우리 삶이 의미있음을 희망과 사랑으로 고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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