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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왜 하필 죄인을 부르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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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1-19 조회수1,920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 1주간 토요일 말씀(마르 2,13-17)

 

이젠 예수께서 가시는 곳마다 군중도 따라 다닌다. 오늘 예수께서는 거리를 지나가시다가 세관에 앉아있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나를 따르시오" 하고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군중이 ’따라 다니는 것’과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따르라’는 의미는 다르다. 후자는 바로 제자로 선택하신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군중을 뒤로 하고 선택된 제자의 선발 기준이 참 희한하다. 하필 군중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멸시를 받는 죄인들의 대명사인 세리인가? 예수님의 제자는 당시의 유명한 스승의 문하생들처럼, 자기 집에서 먹고 자고 다만 배울 때만 스승을 찾아가는 그런 제자가 아니다. 아예 예수님과 한데 기거하며 어울려 먹고 마시고 하루종일 함께 지내야 하는 제자이다.

 

그러니 음식을 같이 잡수시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다. 하루는 ’그의 집에서’ 아마 그의 친구들로 보이는 ’많은 세리들’(=죄인들)이 동석하게 되었는데 마침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다. 죄인 한 명만 눈에 뜨여도 자신까지 부정타지 않으려면 피해가야 할 판국에, 게다가 떼로 어울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그들의 눈에는 지금 그 집은 오로지 저주받은 ’죄인들의 소굴’이었을 뿐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첫 구절을 보면, 군중이 예수께 몰려오고 그분은 ’가르치셨다’로 시작된다. 즉 ’레위를 부르심’도, ’죄인들과 음식을 나눔’도 무엇인가 가르치시기 위함이다.

 

"의사는 건장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앓는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들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들을 부르러 왔습니다." 왜 하필 주님은 죄인을 부르실까?

 

죄를 짓고 나면 마음이 어둡고 소외감을 느껴 인간됨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윤리신학에선 가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까우셔서? 그렇다면 만일 죄를 짓고도 잘못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마음이 어둡지도 않은 죄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제외일까? 만일 그렇다고 답하면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를 낱낱이 알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까딱 잘못하면 우리도 부지불식간에 이 축복받은 죄인의 범주에서 또 어떤 죄인은 되고 어떤 죄인은 안되고 하며 우리의 잣대로 자꾸 제껴놓으려는 오만을 범하게 될 것이다. 마치, 옛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죄인들이 좋아서 이뻐서 죄인들을 부르시는 것이 아닐 것은 자명하듯이, 단지 가엾고 측은해서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위로하러 부르시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이 왕따시키는 것이 못마땅해서 예수님이 대신 놀아주려고 하시는 것도 물론 아닐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의인인 사람은 없다. 단지 자신이 의인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주님은 모든 사람(=모든 죄인)을 부르러 오신 분이다. 죄인의 소외의 문제나 그가 죄를 인식하고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제의 죄사함의 가르침을 이 대목 앞에 배치하고 있는 복음사가의 의도를 알 것 같다.  즉 예수께서 모든 죄인을 부르시는 것은 우리의 상태나 처지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그분이 죄를 사해줄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사람의 관계를 막아놓고 있는 죄의 장벽을 근원적으로 뚫어 없애러 오신 분이시기 때문이며 그것은 오직 ’그분 사랑에 기인하는 사명’ 때문인 것이다.  그 사랑 앞에서 그분은 아무도 구별하지 않으신다. 그분의 사랑에서, 용서에서 제외되는 죄인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용서라는 것이다. 다만, 이 사랑의 부르심에 레위처럼 즉각 응답하는가?  아니면 구경꾼으로 군중 속에 계속 남아있는가? 는 우리의 선택이며 몫이다.

 

주님, 오늘 저에게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군중 속에서 즉각 뛰쳐나와 당신 앞에 나왔습니다. 중풍병자의 막힌 혈맥을 뻥 뚫어주신 주님의 한마디 말씀으로, 알게 모르게 지은 수많은 죄들로 인해 답답하게 막힌 저희 생명의 수로도 속 시원히 뚫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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