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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선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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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13 조회수1,929 추천수14 반대(0) 신고

재의 수요일 (2002-02-13)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요엘 2,12-18 독서 : 2고린 5,20-6,2 복음 : 마태 6,1-6.16-18

 

 

[위선의 가면]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말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말아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1-6.16-18)

 

 

 

신학교 축제 때 볼거리는 봉산탈춤이었다. 모두가 탈을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해엔가 가장 신명나게 껑충껑충 뛰며 춤을 춘 이가 신학생 중에서 얌전하다고 이름난 이였다.

 

그이는 평소에 말수도 없을 뿐더러 큰소리로 말하는 법도 없던 학생이었다.

 

슈퍼맨도, 쾌걸 조로도, 스파이더맨도 하다못해 좀도둑마저도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다닌다. 탈을 쓰면 나 아닌 또 다른 사람이 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가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는지도 모른다.

 

가면을 벗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벗겨진 가면 뒤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마치 양파처럼 벗겨도 벗겨도 여전히 또 다른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말이다.

 

남에게 보이려는 선행, 남에게 보이려는 기도, 남에게 보이려는 단식, 이런 위선적 행위에 대하여 예수님의 질책은 단호하다.

 

위선 행위는 숨은 것도 모두 아시는 하느님을 기만하는 신앙이 없는 행위다. 사람의 눈과 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존재 자체를 바로 알지 못하는 불신 행위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사제는 “회심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며 머리에 재를 바른다.

 

회심한다는 것은 위선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거추장스런 허울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주님 앞에 서자.

 

위선의 탈을 쓴 채 제아무리 머리에 재를 바른들, 옷을 찢고 온몸에 재를 뒤집어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곽명호 신부(대전교구 신탄진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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