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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입국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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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14 조회수1,624 추천수10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목요일 (2002-03-14)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출애 32,7-14 복음 : 요한 5,31-47  

 

  

[입국조건]

 

그때에 예수께서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 자신의 일을 내 입으로 증언한다면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 된다.

 

그러나 나를 위하여 증언하는 이가 따로 있으니 그의 증언은 분명히 참된 것이다. 너희가 요한에게 사람을 보냈을 때에 요한은 진리를 증언하였다.

 

나에게는 사람의 증언이 소용없으나 다만 너희의 구원을 위해서 이 말을 하는 것이다. 요한은 환하게 타오르는 등불이었다.

 

너희는 한때 그 빛을 보고 대단히 좋아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훨씬 더 나은 증언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성취하라고 맡겨주신 일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친히 나를 위하여 증언해 주셨다. 너희는 아버지의 음성을 들은 적도 없고 모습을 본 일도 없다.

 

더구나 아버지께서 보내신 이를 믿지 않으므로 마음속에 아버지의 말씀이 들어 있지 않다.

 

너희는 성서 속에 영원한 생명이 있는 것을 알고 파고들거니와 그 성서는 바로 나를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에게서 찬양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너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왔지만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 딴사람이 자기 이름을 내세우고 온다면 너희는 그를 맞아들일 것이다.

 

너희는 서로 영광을 주고받으면서도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은 바라지 않으니 어떻게 나를 믿을 수가 있겠느냐?

 

그러나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발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말라. 너희를 고발할 사람은 오히려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

 

만일 너희가 모세를 믿는다면 나를 믿을 것이다. 모세가 기록한 것은 바로 나에게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모세의 글도 믿지 않으니 어떻게 내 말을 믿겠느냐?”

 

                                      (요한 5,31-47)

 

 

몇 년 전 한 자매가 며칠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일본에 친지를 만나러 가는데 일본 공항은 입국심사가 까다로워 얼마간 현금을 소지하지 않으면 불법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입국이 거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 가지고 갔다가 그대로 돌려드릴 테니 안심하고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하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하늘 나라 입국심사를 맡고 있는 베드로 사도가 매초 단위로 기록된 우리의 생활기록부를 가지고 그것을 보고 합격·불합격 판정을 내린다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그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유명 대학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는 커트라인이 없다.

 

누구나 들어가려고만 하면 들어갈 수 있다. 하늘 나라에는 가로막는 철조망도 없고, 총을 든 보초가 지키고 있지도 않다.

 

하늘 나라는 못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안 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다만 들어가려는 자는 믿음이라는 비자를 보여야 한다.

 

예수께서는 “목마른 자는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고 초대하신다.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듯이 이 초대에 응하여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우리의 자유이다.

 

그리고 이 자유로 예수를 나의 참 생명이요, 참 빛으로 받아들이고 따르고자 하는 결단이 바로 믿음이다.

 

너무도 쉬울 것 같은 이 믿음이 어찌 이다지도 어려운가?

 

                           임문철 신부(제주교구 서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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