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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제13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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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14 조회수1,876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바라보며>

 십자가의 길을 신비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향하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바라보며 드리는 기도

 

제13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내리어져 성모님 품에 안기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o.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고요와 적막감만이 감돌 뿐입니다.......

온 세상이 캄캄하여지고, 당신을 괴롭히던 많은 사람들도 다 집으로 돌아가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리없는 흐느낌만이 그 고요를 깰 뿐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하시고자 하시면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하고 피땀을 흘리며 절규하시던 당신!........

 십자가 위에서 아무의 위로도 받지 못한채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라고 부르짖으시던 당신!..............

 이제는 심한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던 그 혹독한 고통이 다 사라지도 거짓말처럼 잔잔한 고요와 평화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당신께서는 이제 할 일을 다 마치시고 고요와 평화 속에 머물러 계시지만,

당신을 이 세상에 오시도록 협조한 가장 사랑하시는 어머니의 엄청난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평생 동정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던 마리아님에게 당신께서는 어떻게 하시었습니까?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시어 당신의 어머니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엄청난 댓가를 치르는 일이었습니다..... 그 일은 잘못하면 돌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리아께서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씀하심으로 그 엄청난 일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때부터 그분의 고통의 세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분은 당신께서 태어나시기로 예언된 베틀레헴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만삭의 몸으로 머나먼 길을 여행하셔야 했고, 당신을 죽이려하는 헤로데의 칼을 피하기 위하여 타국으로 피난을 가셔야 했고, 고향에 돌아와서도 당신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사흘 낮 밤을 애를 태우셔야만 했습니다........

 당신께서는 열 두 살 때, 성전에서 내노라하는 학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으셨을 때에 어머니께서 피가 마르는 고통을 느끼시며 당신을 찾아 헤메시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사흘만에야 겨우 당신을 찾아 내 "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 너를 찾느라고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고생 했는지 모른다." 고 하시자 당신께서는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모르셨습니까?" 하고 매정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시고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시며 노숙자 생활을 하시는 당신을 물어 물어 찾아오신 그분께 당신은 "누가 내 어머니며 형제들이냐?" 하시고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하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씀은 당신을 따르던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씀일지 모르지만 당신을 낳아 기르신 어머니에게는 너무나도 박절하고 야속하기만 한 말씀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렇게도 애를 태우셨던 당신께서 이제는 더 큰 고통! ’마음이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픈’ 극심한 고통을 안겨 드리고 계십니다.........

 오. 사랑 많으신 주님! 그토록 큰사랑을 안고 계신 당신께서 유독 어머니에게는 왜 그렇게도 고통만을 안겨 드리셔야만 했습니까?...... 왜 좀더 편하고 부드러운 방법을 택하시지 않고, 그토록 애를 태우며 고통을 당하게 하셨습니까?......

 

 ’당신의 죽음’은 곧 ’어머니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아들의 살점이 떨어지면 어머니는 자신의 살점이 떨어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쳤다.’, ’마귀들렸다.’ 는 소리를 들을 때에도 가슴이 아파 달려갔었는데........ 이제는 그들을 위하여 어머니인 자신마져도 버리고 떠났던 아들이 그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애통한 일이었겠습니까?......어머니께서 통곡하십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통곡하시고 계십니다.....  일생을 다바쳐 사랑한 아들!..... 자나 깨나 목매어 그리던 아들!.....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매정하게도 자기를 떠나야 한다던 아들!....... 그 아들이........... 이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무참히 죽어 시체가 되어서야 자신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당신의 그런 사랑을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매정하게 박절하게 대하시는 당신을 이해하기가 너무나도 힘이듭니다... 하물며 어머니에게까지..................

 완전히 실패한 사람인 시체가 되시어 통곡하는 어머니 품에 안겨 계신 주님! 당신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 속에 머물러 계시지만, 당신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고통을 그 누가 위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오, 주님! 어서 일어나시어 애통하게 울고 계신 어머니를 좀 위로하여 주십시오!... 당신은 괜찮다고 어서 말씀하여 주십시오!.... 두 눈을 꼭 감고 입을 다물고 계신 당신이 너무나도 야속하게만 느껴집니다........

 주님! 당신께서 그토록 수많은 고초를 겪게 하신 어머니에게 그 수고의 값을 치러주시지 않으신다면 그건 너무한 처사이십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당신을 품에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에게 커다란 상급을 내려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 나중에..... 나중에 제가 혹시라도 당신을 따라 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면....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제 어머니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드려야만 할 것입니다. 그 때에 제 어머니에게도 당신의 어머니에게처럼 커다란 상급을 내려 주십시오. 주님!....      

 

 

 

주님, 당신 백성 품으시는 사랑으로 저를 잊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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