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침묵이란 자신을 버리는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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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3-18 | 조회수2,767 | 추천수27 | 반대(0) 신고 |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루가 2장 41-51절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침묵이란 자신을 버리는 일>
최근 저는 무인속도측정기를 통해 제 앞으로 날아오는 범칙금이 만만치 않음에 크게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제 나름대로의 세 가지 사순절 보속을 정해놓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어도 규정속도를 지킨다(말은 쉽지만 이것처럼 지키기 어려운 일이 다시 또 없습니다. 왕복 2차선 국도의 규정속도인 60km를 지키다가는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기 십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2. 끼어들기를 하는 차들 아무리 얄미워도 순순히 비켜준다(특히 영업용 택시나 화물차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그려러니 생각합니다).
3.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다른 차나 운전자를 향해 욕을 하지 않는다. 무례함 앞에 절대 침묵한다.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보속입니다만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께서도 꼭 한번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여유로와 지는지 모릅니다. 또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얼마나 관대해지는지 모릅니다.
진정한 침묵은 우리 영혼에 참으로 다양한 유익함을 가져다줍니다. 진정으로 침묵할 때 우리는 보다 많은 여유와 평화와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침묵으로 인해 위대한 성인 요셉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구세주의 양부로써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참으로 큰 일익을 담당한 분이 요셉이었습니다. 구세사 안에 행해진 요셉의 역할이나 기여도를 생각할 때 요셉과 관련된 기사들이 많아야 당연합니다. 그러나 복음사가들은 요셉의 행적에 대해서 철저하게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볼 때 요셉은 참으로 겸손했던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아들 예수님이 높이 높이 올림 받도록 자신을 철저히 무대 뒤로 감춘 침묵의 성인이 요셉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요셉의 침묵이 돋보이는 것은 그분이 행한 침묵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침묵이었습니다. 요셉의 침묵은 삐져서 또는 마음 상함으로 인한 침묵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위기에 처한 마리아를 감싸주는 사랑의 침 묵, 양아들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구원의 침묵이었습니다.
진정한 침묵이란 자신을 버리는 일입니다. 또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줄의 맨 뒤로 가서 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줄밖으로 완전히 빠져 나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모든 불이익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겠다는 것을 포함합니다(배수아, "이바나"). 마치 요셉이 그토록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손해 앞에서 묵묵히 침묵한 것처럼 말입니다.
침묵은 재창조를 위한 은총의 순간입니다. 침묵은 지혜의 보고입니다. 침묵은 평화의 근본입니다. 진지한 침묵 없이 진정한 성장이나 도약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선물로 변화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바로 침묵의 순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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