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U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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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2-04-19 | 조회수2,457 | 추천수30 | 반대(0) 신고 |
4월 20일 부활 제 3주간 토요일-요한복음 6장 60-69절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U턴>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갓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던 왕초보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정말 운전이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경리 수사님에게 "정말 아무 일 없을 것이니 봉고차 키 좀 달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저는 어느 주일 오후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잘 알면서도 몰래 키를 꺼내들고 봉고차에 시동을 건 다음 무작정 몰고 나갔습니다. 당시에는 운전연수제도가 없었던 터라 제겐 실전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문을 통과한 뒤로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차를 안양방면으로 향하는 시흥대로로 몰고 갔습니다.
시흥대로로 접어든 순간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제 이마로, 등뒤로 식은땀이 비오듯이 흘러내렸습니다. 백미러나 사이드 미러는 전혀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옆 차선으로 지나다니는 차들은 또 얼마나 쌩쌩 빠르게들 달리는지요. 안양을 지나면서 "이제 되돌아가야 할텐데"하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차선변경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기도 시간은 다 되어가고 빨리 U턴을 해야되는데..." 하는 순간 봉고차는 안양을 지나 의왕 나자로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왜 그 아픈 기억을 소개해 드리는가 하면 오늘 복음의 말미에서 베드로 사도가 외치는 말씀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의 감격적인 만남 그 이후 예수님을 이해하기 위한 고되고 오랜 신앙여정을 걸어온 베드로 사도가 마침내 장엄한 신앙고백을 하게 됩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이러한 고백을 통해 우리는 베드로 사도의 삶 안에 드디어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회개-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베드로는 자신의 삶, 그리고 스승 예수님께 대한 총체적인 재평가를 끝냈습니다. 자신이 갈곳은 오직 예수님 그분뿐이라는 것을 베드로는 알게 된 것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U턴"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이 방향이 올바른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빨리 U턴 지점을 찾아서 가던 길의 방향을 되돌리는 노력이 바로 회개입니다.
우리가 지난날, 연기처럼 덧없는 것들을 진리처럼 여겼던 삶,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바쳤던 지난날의 그릇된 생각들을 접고 어떻게 해서라도 진정한 사랑,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진실한 사랑이신 예수님을 향해 돌아서는 삶이 바로 회개입니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한결같지 않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이 아니라 영원한 진리이신 하느님께만 최종적으로 의지하겠다는 결단이 바로 회개입니다.
언제나 거듭 태어나고 싶어서 끊임없이 자신의 궤도를 본질적으로 수정하고 재구성하는 일 그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는 소극적인 도피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적극적인 추구입니다. 회개는 다시 한번 하느님 안에 우리의 도성을 구축하고 새 출발하는 일, 온갖 집착과 타성의 집에서 미련 없이 털고 빈손으로 빠져 나오는 것이 회개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이 그저 단순한 하나의 반복이 아니라 끝없는 개선의 길, 나날이 성장하고 쇄신되는 참된 회개의 생활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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