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진정한 창살
이전글 내 상처 바라보기(4/27)  
다음글 오늘을 지내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26 조회수1,800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27일 부활 제 4주간 토요일-요한복음 14장 7-14절

 

"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니 무슨 말이냐?"

 

 

<진정한 창살>

    

몇몇 아이들과 함께 영화 "치킨런"을 보았습니다. 왠만한 액션이 아니면 끝까지 비디오를 본적이 없는 저였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독특한 애니메이션 영화였기에 끝까지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등장하는 500여 마리 닭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의상과 소품, 부리와 눈, 눈꺼풀 등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제게 졸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암탉 진저는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탈출을 감행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농장주인이 달걀을 얻는 대신 닭들을 아예 치킨 파이로 만들어 팔기로 결심하자 이를 알아챈 닭들은 탈출계획을 마련하느라 바빠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탉 록키가 하늘을 날아 농장에 도착하자, 진저를 비롯한 닭들은 그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알려달라고 조릅니다.

 

그때 록키는 진저에게 이런 충고를 합니다.

 

"진저! 진정한 창살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메시아께서 오셨지만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인식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들 안에 있던 창살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 안에 창살을 하나씩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가짜 메시아를 가둬놓고 있었기에 참 메시아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몰라본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욕구나 사리사욕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주는 해결사로서의 메시아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 앞에 나타난 메시아는 그들이 바라던 메시아가 아니었기에 모두들 예수님을 떠나갔던 것입니다.

 

저 안에도 역시 마음 깊은 곳에 하느님과의 통교를 가로막는 차가운 창살이 쳐져있음을 깨닫습니다. 저를 부자연스럽게 묶어두는 창살, 하느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창살을 확인합니다.

 

서원을 통해 이제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기로 서약한 수도자이면서도 이 천년전 유다 백성들과 별반 다름없이 나만의 성공과 구원을 위해 존재하시는 가짜 하느님을 따라가고 있음을 깊이 반성합니다.

 

이웃들의 고통 그 한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을 자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비정함을 깊이 반성합니다. 예수님의 이 세상 탄생을 통해 이미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와있지만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아둔함을 깊이 반성합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