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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비 빼면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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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27 조회수1,922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28일 부활 제 5주일-요한복음 14장 1-12절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만일 거기에 있을 곳이 없다면 내가 이렇게 말하겠느냐?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

 

 

<자비 빼면 시체>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다가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날아다니던 한 마리 어미 새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새로이 태어나게 될 새끼들을 위한 노력인 듯 했습니다.

 

둥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어미 새가 기울이던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수 백 번도 더 비행을 했을 것입니다. 자기 힘에 겨운 "자재"들을 물고 오느라 부리는 몹시 망가졌습니다.

 

새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 숱한 고초를 마다하지 않는 어미 새의 모습은 어찌 그리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예수님과 흡사한지요.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추정해볼 수 있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은 우리들의 보편적인 사고구조나 논리를 완전히 뒤엎는 모습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사용되는 셈의 방법은 우리 인간 세상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기울였던 그 미세한 몸짓 하나, 우리가 낯선 타인을 향해 베풀었던 그 작은 친절 한가지, 우리가 형제들을 위해 바쳤던 작은 기도 한번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의 큰 덕행이나 상급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이 세상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도 몇 천 배나 큰 확대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을 때 아주 미세한 것이라 할지라도 천국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에는 결코 작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우리의 상상을 깨트리는 부분은 하느님께서 지니신 자비의 강도일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직면하게 될 하느님의 자비의 크기를 우리가 알게 된다면 모두 기절할 정도일 것입니다. 그 크신 하느님의 자비를 알게 될 때 우리는 너무나 기뻐서 눈물 흘릴 것입니다.

 

천국에서 우리가 만나 뵙게 될 하느님은 한마디로 "자비 빼면 시체"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어딘가에 처참하게 구겨져 버려져 있던 나를 발견하셔서 따뜻한 당신 품에 안아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구원을 위해 먼저 움직이시는 분, 우리의 그 숱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언제나 자녀로 받아들여주시는 분, 머리칼 보다 많은 우리의 죄악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향해 돌아설 때면 지체없이 우리를 안아주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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