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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딱 한가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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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4-30 조회수3,091 추천수40 반대(0) 신고

4월 30일 부활 제 5주간 화요일-요한복음 14장 27-31절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딱 한 가지 후회>

 

지난날 제 삶을 돌아 볼 때마다 참으로 후회되는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 성격이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성격, 만사를 비관적으로 보는 성격이었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니 저는 참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가끔씩 식사시간에 늦어 외식이라도 할 상황이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하고 걱정했습니다. 큰 야외행사를 앞두고는 몇 주전부터 "만일 비라도 오면 어떡하나?"하고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누군가 안색이라도 좋지 않으면 "저것이 나 때문에 저러나? 내가 뭘 잘못했나?"하고 걱정하기 일쑤였습니다. 만일 걱정이 없다면 "왜 걱정이 없나?"하고 걱정했습니다.

 

수도생활을 해나가면서 저의 이런 소심함과 끝도 없는 걱정의 근원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었는데 결국 신앙문제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제가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진실로 그분의 자비를 굳게 믿는다면 걱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저의 숱한 걱정 그 이면에는 하느님 자비에 대한 의심, 결국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의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크게 포기하면 크게 자유를 얻습니다. 과감하게 우리 삶의 전부를 예수님 그분 앞에 던져버리고 맡겨버리면 좋겠습니다. 전적으로 투신하면 반드시 전적으로 해방되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 고민하는 모습도 좋은 모습입니다.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더욱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포기한 대신 존재 전체를 하느님께 바치는 모습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적당히 타협하는 봉헌생활이 아니라 전적으로 투신하는 봉헌생활을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걱정이 다가오는 시간이면 지체없이 묵주를 손에 쥐는 오늘 우리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두려움이 다가올 때마다 죄책감으로 축 늘어진 탕자의 어깨를 부여안고 끝없이 토닥이는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모습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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