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희망으로 한 걸음 더(연중 16주 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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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2-07-26 | 조회수1,840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2002, 7, 27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마태오 13,24-30 (가라지의 비유)
예수께서는 또 다른 비유를 들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자고 있는 동안 그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다 가라지를 덧뿌리고 물러갔습니다. 줄기가 돋아 열매가 열린 그 때에 가라지도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종들이 와서 집주인에게 '주인님, 당신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가라지가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그는 '원수놈이 그렇게 했구나' 하고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종들이 그에게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뽑아) 그러모을까요?' 하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를 (뽑아) 그러모으다가 그것과 함께 밀까지 뽑아 버릴까 (염려된다).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그러면 추수 때까지 내가 추수꾼들에게 이르기를, 여러분은 먼저 가라지를 (뽑아) 그러모아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시오. 그러나 밀은 내 곳간에 모아들이시오, 하겠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하느님 말씀의 씨가 떨어진 우리가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온갖 유혹과 어려움을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만 인내를 강요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장에 무슨 결과를 얻고자 하는 우리의 성급함을 깨우쳐주시면서, 하느님 당신 친히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시는 분으로 드러내 보이십니다.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바로 참고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좋은 씨를 뿌리셨습니다. 좋은 씨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의 사명을 우리 것으로 삼아 기쁨과 희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부르심입니다. 이는 루가 복음 4장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라는 초대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느님의 백성,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사랑하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이 초대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초대에 응답하여 열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고자 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씨를 가지고 열매를 맺는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유혹이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싹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기적인 세상, 치열한 경쟁 세상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이웃을 밟고 일어나야 살아갈 수 있다는 냉엄한 세상의 논리는 끊임없이 우리를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떨어뜨리려 합니다.
정녕 우리는 하느님의 좋은 씨앗에서 틔인 밀이삭과 세상의 가라지가 뒤범벅이 된 세상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 안에도 밀과 가라지가 뒤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세상과 우리 안에 있는 가라지 때문에 불안해하기도 하고, 차마 하느님을 뵈올 용기를 내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라지를 보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밀을 보십니다. 우리가 가라지 때문에 낙심하고 포기할 때,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친히 뿌리시고 우리와 세상 안에서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조금씩 자라나는 좋은 싹을 보시고 기뻐하시며 추수의 날을 기다리십니다. 그러기에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결코 낙심하지 마십시오. 가라지가 우리를 덮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있는 좋은 밀 이삭 하나를 소중하게 보시고 기쁘게 받아주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단죄받을까 두려워 우리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믿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 있기에, 기뻐 뛰노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처럼 세상을 맘껏 뛰놀 수 있게 만드는 믿음입니다.
한 주간을 마치는 오늘, 이번 한 주간을 정리하면서 하느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눈으로, 우리가 뿌려놓은 쓸모 없는 가라지에 연연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틔우신 좋은 싹을 볼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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