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래도 그때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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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영 | 작성일2002-08-06 | 조회수1,58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아~ 그때가 언제였던가... 지금은 어느 쪽에 달렸던 손가락이었는지 조차도 가물..가물..
때는 1977년 8월 15일, 노른자 같은 휴가일자는 선배들에게 상납하고 조금 늦은 듯한 여행길에 친구, 그리고 그와 친한 또 다른 친구 이렇게 얽혀진 무리가 10명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지엄한 아버지의 통제아래, 대성리도 한 번 못가본 내가... 첫 여행치고는 정말 고생 고생하며 멀리도 갔었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완도에서도 다시 배를 타고 명사십리로 알려진 신지도까지 간것이다.
그 후 다른 여행길도 많았지만, 아직도 그 때 그 바닷가에서 느꼈던 철지난 바닷가의 쓸쓸함을 생각하면 없는 솜털이 오소소 일어설 것만 같다.
조그만 선착장에 내려서 가려져 있던 바위틈을 돌아서니 저 아래 모래사장위로 빛바랜 파라솔 두어개가 끝자락을 바람에 날리우고, 미처 겉어내지 않은 퍼~런 천막이 이리 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인적도 드물고, 아니 그 백사장에는 우리들만이 찾아온 듯 을씨년스러웠지만, 20대 아카씨들이 그런 쓸쓸함에 주저앉아 있을쏘냐..
우리의 소란에 신경 쓰일 주위사람도 없는지라 고삐풀린 망아지 새끼들 처럼 꺌~꺌~거리며....
그 중에 20대이지만 이미 몸은 40대의 질펀함에 들어서고, 목소리는 걸~죽한 친구가 있었는데,,, 새초롬한 우리 몇몇은 그의 넉담과 돌출되는 행동으로 그 날 이미지 완전히 맹가져버렸다.
한참 신나게 편갈라서 공놀이를 하는데. 여~어, 여기~좀 봐라, ~~~애들아!!! 어느새 고깃배를 얻어 타고 한 바퀴를 돌은 듯, 이제 배에서 내릴 참에 우리에게 승전보를 알리는 기사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 당시에는 여간해서 입기조차 용기가 필요한 손바닥만한 비키니를 그 몸에 걸치고서.....
꺄~악!!! 풍뎡~ 막상 배에서 내려서려니 시퍼런 물에 두려움을 느낀듯.. 주춤.. 주춤.. 장난기가 발동한 아자씨.. 손끝.. 살짝~ 그 친구 비명을 지르며 안빠지려 버둥대다 그만 거꾸로 요란하게 빠진 것이다.
상상해보아요~ 짱짱한 햇빛아래 물 속에서 튀어 나오는데.. 목둘레에 걸쳐진 것은? 물기가 반사되어 광채를 발하는...오!마이 갓... 우린 모두 뒤집어졌어요! 완젼히~ 데꿀 떼꿀...
"초혼"이란 시를 그 모래사장에 새겨두고서도... 떠나는 배 가장자리에 앉아 여전히 그 날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키득거리다 바짝대어둔 두 배가 출발하면서. 조심성 없이 배 난간에 대고 앉은 내 손가락을...
으~윽.. 손톱이 빗겨나와 건들대고 있었다...
그 손가락을 대충 연고를 바르고 둘둘 말은 채 아파도 아픈체로 통증을 감수하면서.. 그 여정을 계속했다..
정말 손톱이 시린 이상한 느낌은 내게도 참으로 생경한 동통 이었던 것같다.
덧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지만.... 자유도 억압 받아 본 사람이.... 살뜰히 챙긴다는 것을 아는지.... 내가 만끽하는 그 자유스런 해방감에.... 내 가락지와 손톱마저도 기꺼이 동조하기로 했는지.... 별 신경 쓰게 하지 않고서 예쁘게~~ 다시잘 자라주었다..
수난받는 손가락에 내 추억이 오버랩" 되어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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