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탄과 베드로, 분간이 어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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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인옥 | 작성일2002-08-08 | 조회수1,63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8/8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말씀(예레 31,31-34; 마태 16,13-23)
베드로의 고백은 공관복음 모두에서 중요한 분깃점이 되는 대목이다. 이후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에 대하여 드러나게 말씀하시며, 감추셨던 당신의 정체를 밝혀주시며, 얼마 후엔 고난의 현장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 바로 뒤에 있을 세차례에 걸친 수난 예고와 변모사건을 통하여 당신이 누구시며 당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시켜야만 했던 예수님의 일차적인 의도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 앞에서 제자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분의 또 하나의 의도는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도 그같은 고난과 죽음을 당하리라는 것을 예고하시는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를 붙들고, ’주님, 안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말리었다." 베드로는 제자들의 대표격이다. 그렇다면 제자들이 모두 주님을 붙들고 말리는 형국이다. 그들만 그런가?
틈만 나면 주님을 내 뜻에 꿰다 맞히고 주님의 가실 길을 붙들고 말리는 것이 바로 나다. 내 안에는 베드로와 사탄이 공존한다. 어느 땐 자기가 없으면 교회의 기초가 올바로 서지 못하는 것처럼 목청을 가다듬기도 하고 어느 땐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거룩해지기도 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주님은 이런 나의 거짓 자아에게 호통을 치신다. "환영과 박수와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너, 사탄아 물러가라. 고난과 희생과 어려움에는 등을 돌리는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나는 네 모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울 수는 없다."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구나!" 무엇이 하느님의 일이고 무엇이 사람의 일인가? 교회에서 봉사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명백히 구별할 수 있겠는가? 외적으로 무엇을 하던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가를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사심이 들어있는 일이라면 하느님의 일이 아닌 것이다. 욥을 시험하고 싶어하는 사탄의 고발이 바로 그것이었다. 욥은 과연 사심없이 하느님을 섬기고 있는가?
매일 묵상 글을 써 올리면서도 사람들의 인기를 원하고 있다면 그건 하느님 일이 아니다. 매일 미사를 올려도 가까운 사람들의 행복만을 기원하고 있다면 그건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가 아니다. 자선과 희생, 선행에 적극적이어도 자신의 명예를 의식하고 있다면 그것도 하느님 일이 아니다. 부귀도 영화도 가족도 다 버리고 그분을 따랐다고 해도 끝까지 버리기 힘든 것이 공명심, 명예욕이라고 하였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셨다." 는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오늘 당신의 정체를 용케 알아본 베드로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하늘을 매고 풀지 못하는 이유는 땅에서 우리 스스로를 자유자재로 매고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에 들어있는 사리사욕, 그 거짓된 허욕의 밧줄로 스스로를 꽁꽁 동여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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