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를 보내시려거든...(9/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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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2-09-25 | 조회수1,694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열두 제자를 불러모으시고, 온갖 귀신들을 내쫓고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능을 그들에게 주셨다. 그리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약한 이들을 낫우게 하셨다.(루가 9,1-2)
<나를 보내시려거든...>
사제는 주님으로부터 백성들을 위해 파견된 자이다. 따라서 주님께서 파견하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이유는 하느님 나라 선포와 병자 치유라는 두 가지라고 루가는 제시한다. 사제로서 하느님 나라 선포는 성무와 사목을 통해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는 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병자 치유라는 의무에 있어서는 자신이 없다.
임종 준비를 위해 퇴원하시어 오늘 아침 정동 공동체 형제들과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신 백 안젤로 형제님에게 손을 얹어 치유의 은사를 베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사를 봉헌하며 내내 그 생각 밖에 없었다. 사제로서 병자 치유의 권능과 능력을 주님께서는 주셨다고 루가는 말하고 있는데 나는 그 능력을 못 받은 걸까? 무능력한 내가 밉기도 하다.
가끔 말기 암 환자들이나 치유가 어려운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사제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주신 그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능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이 내과의사나 외과의사가 아니라면 분명 육신을 치료하는 의사는 아니란 이야기일거다. 우리는 보통 육신의 병고를 치료하는 것이 우리의 주관심사이기 때문에 병의 치유를 육신의 병, 특히 불치의 병을 낫우는 것에만 주님의 권능을 믿고 있는 건 아닌가?
사제는 육신의 의사가 아니라 영혼의 의사이리라. 육신을 고치는 것은 의사들의 몫이라면 영혼을 낫우는 것이 사제의 몫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나를 파견하신다. 그 옛날 당신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병약한 이들을 낫우게 하기 위해서...
그래, 자신있게 나아가자. 주님께서 권고하시는 것처럼 오직 당신께만 의탁하며 가난하고 겸손한 영혼으로 말이다. 실제로 복음 선포자는 주님 자신이시고 실제로 영육의 치유자는 주님이시기에 파견받은 자의 역할은 주님이 그 역할을 하시게 가난한 겸손하게 어시스트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골을 넣은 스트라이커가 빛이 나자면 어시스트를 해 주는 선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빛이신 주님이 참 빛이 되시려면 파견받은 우리는 겸손한 어시스터들이 되어야 하리라.
백 안젤로 형제님! 부디 잘 가십시오. 임종 준비 잘 하십시오. 주님께서 함께 하고 계십니다.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코처럼 자매인 죽음을 흔쾌히 맞이하십시오. 늘 그렇게 열망해 오셨듯이... 우리 또한 형제님의 모범을 뒤따라 파견받은 겸손한 어시스터들로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주님께서 형제를 축복해 주시기를,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돌리시어 평화를 주시기를 빌고 또 빕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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