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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봉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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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계만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01 조회수2,143 추천수26 반대(0) 신고

주님 봉헌 축일

 

2001년 2월 1일 부산 사직 체육관.

수천명의 인파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지만,

한 겨울의 한파가 체육관을 엄습합니다.

 

그 가운데

18명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바치겠노라며 엎드려 있습니다.

수천명의 신자들이 함께 입을 맞춘

성인호칭기도는 체육관을 메아리치고,

그 중에 한 젊은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주님, 제 삶을 당신께 봉헌합니다.

당신께서 받아주십시오.

제 비록 보잘 것 없지만 그동안 당신만을 바라보며 달려왔고,

이제 당신을 향해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지금껏 걸어온 길에 비하면 더 험난하고 어려울 것이 예상되지만

당신께서 저와 함께 하심을 믿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려 합니다."

 

만 2년전 그 젊은이는

서대신동 성당 보좌 신부로 이렇게

여러분 앞에 떡 하니 폼 잡고 있습니다.

2년전 제가 흘렸던 눈물이 뚜렷이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꼴랑 2년밖에 안 되는 제 사제생활은

처음의 결심보다는 부끄럽고 쪽이 팔리는

수많은 일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마리아와 요셉에 의해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납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계획에 의해 받아들인 예수님을

다시 성부께 봉헌하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을 함께 만납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달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그분들의 삶은 평범한 것에서 벗어났습니다.

쓰라린 고통과 시련을 거쳐야 하는 삶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 모든 것까지 받아들이셨고,

아기 예수님을 율법의 가르침대로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그분들의 삶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십니다.

 

예언자 시므온의 예언은

하느님 뜻을 따라가는 삶이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가르겨 주고 있습니다.

"이 아기는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할 분이십니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

주님께 봉헌된 삶은 쉬운 길이 아닌 듯 합니다.

많은 시련과 아픔이 도시락 싸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냥 힘들고 어렵게만 생각한다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의 연속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모님은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고,

그분들의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에서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삶.

작은 일을 두고 기도하는 삶.

작은 만남에도 충실하고 기뻐하는 삶.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삶.

 

하지만 꼴랑 2년 밖에 안되는 저의 사제생활은

그 반대의 길을 한참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 같습니다.

큰 계획, 훌륭한 성과에 너무 매달려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작은 일의 실패에도 크게 실망하고 낙담하지 않았는가 반성해 봅니다.

 

그렇다고 쉽게 주저앉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님께서 주실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흐트러진 제 자신을 바로잡고

새로운 희망과 다짐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려 합니다.

저를 붙들어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주님께서는

똑같은 사랑으로 여러분을 지켜주실 것입니다.

 

각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 안에서

충실히 주님께 의지하며

봉헌된 삶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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