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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사순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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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08 조회수1,483 추천수5 반대(0) 신고

◎ 2003년 4월 8일 (화) -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8,21-30

<너희가 사람의 아들을 높이 들어올린 뒤에야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복음의 향기]

요한복음 2장~12장은 복음서 전체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예수님 자신의 계시적 활동과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중에서 특히 7장~8장은 예수님의 어떤 활동 없이 순순한 자기 계시적 가르침을 피력하고 있다. 물론 어제 복음(요한 8,1-11/간음한 여자를 용서함)이 매끄러운 연결을 끊고 있기는 하다. 사실 다른 성서사본들(시나이사본, 바티칸사본)에는 이 부분이 빠져 있다. 7장이 예수의 기원에 관한 논쟁과 증언을 다루고 있다면, 8장은 예수의 정체성에 관한 자기증언으로 예수님의 자기계시가 고조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7장은 나자렛 예수의 인성(人性)에 대한 논란을 통하여 메시아적 신성(神性)에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는 반면, 8장은 예수님의 신성(神性)에 중점을 둔다. 예수는 누구인가? 예수는 정말 그리스도인가? 질문하는 편과 대답하는 편의 간격은 갈수록 멀어지고 더 이상 오갈 수 없는 절벽으로 벌어진다. 이 점에 있어서는 법대로 처리하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냉정함과 사랑과 자비로 용서를 베푸는 내용의 어제 복음이 한 몫을 한다. "나는 간다. 그러나 너희는 그곳에 오지 못한다. 나는 위에서 왔지만, 너희는 아래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해 있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다." 이러한 언명은 예수님과 유다인 지도자들 사이에 절벽만 있을 뿐 더 이상 이해 가능한 지평이나 공감대가 없음을 뜻한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요?"라는 그들의 질문에 예수께서는 더욱 확실한 대답을 주신다. 물론 질문하는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이지만 군중으로부터는 믿음을 얻는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있어서 하느님 자기계시의 한 방법인 "나는 ~ 이다"(ego eimi; 에고 에이미)라는 도식을 이용하신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자주 이 도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신다.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겁에 질린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 할 것 없다"(6,20)라고 하신 부분이다. 그 외에도 예수께서 "나는 빛이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포도나무다. 착한 목자이다. 생명의 빵이다"라고 하신 말씀은 모두 이 도식에 속한다. 이 도식은 참으로 엄청난 진리를 담고 있다. 일찍이 하느님의 이름을 묻는 모세의 조리 있는 질문에 하느님께서는 "나는 곧 나다"(출애 3,14)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곧 나다"는 뜻이 "야훼"라는 말이다.

"야훼"라는 하느님 이름의 참 뜻이 무엇인가? ① 이는 "나는 있는 자 그로다"는 뜻으로 스스로 존재하는 자존자(自存者)임을 말한다. ② 이는 "나는 있게 하는 자 그로다"는 뜻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있게 만든 자, 즉 창조주(創造主)임을 말한다. 나아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필연자(必然者)임을 뜻한다. ③ 이는 "나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자 그로다"는 뜻으로 하느님의 자유(自由)와 초월(超越)을 말한다. 따라서 예수께서 이 도식을 사용하실 때에는 하느님께서 본성(本性)에 의거하여 소유하시고 누리시는 모든 특성이 예수님께도 가감(加減)없이 똑같이 해당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유다인도 이런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결국 사람의 아들이 십자가에 높이 달려질 때 가서야 예수님의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다. 그렇고 보면 십자가는 예수님의 운명이다. 이러한 운명을 목전에 두고도 아버지께서 기뻐하는 일을 한다는 예수님의 입가엔 미소가 도는 듯하다.◆

[나의 십자가가 하느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나도 웃고 지낼 수 있을까?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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