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천국으로 가는 꽃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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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4-12 | 조회수2,041 | 추천수25 | 반대(0) 신고 |
4월 13일 주님 수난 성지주일-마르코 14장 1-15절, 47절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천국으로 가는 꽃길>
수도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피정집을 겸한 수도원엘 다녀왔습니다. 야산 중턱에 위치한 수도원의 정문을 통과할 때였습니다. 수도원 밖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수도원으로 오르는 언덕길의 "환상적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도원으로 오르는 언덕길 왼쪽에는 샛노란 개나리 무리가 한창이었습니다. 온천지가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른 쪽 길가에 줄지어선 벚꽃 나무에는 수만 송이의 새하얀 벚꽃들이 바람이 날려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다 환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길은 마치도 천국으로 오르는 길 같았습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서니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었습니다. 이어진 정겨운 시간들, 한잔 기울이면서 털어놓는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들..."천국이 바로 여기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사한 꽃들과 그 꽃들 못지 않게 정겨운 형제들이 반겨주는 수도원으로 오르는 언덕길은 진정 천국으로 오르는 언덕길이었습니다.
오늘은 성지주일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새끼나귀를 타고 천국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오르신 그 언덕길은 꽃길이기보다는 고통과 번민으로 가득 찬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하기도 싫은 수치스런 길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왕 중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명마(名馬)가 끄는 마차를 타도 아쉬운 판입니다. 명마가 아니라면 적어도 코끼리나 낙타, 그도 아니라면 리무진 정도는 타고 그 언덕길을 오르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영광의 왕, 승리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볼품 없는 나귀, 그것도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십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우스꽝스런 장면이고 코믹한 상황입니다.
물론 길가에 줄지어선 사람들은 빨마 가지를 손에 들고 환호성을 올리며 예수님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미 예수님은 그들의 환호 뒤에 숨겨져 있는 비수 같은 생각들을 다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들의 웃는 표정 뒤에 감춰져있던 지극히 이기적이고 사악하고 탐욕적인 마음들을 다 꿰뚫고 계셨습니다.
머지 않아 저들의 환호는 돌팔매질로 바뀌고, 저들의 박수소리는 야유와 침뱉음과 조롱으로 바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침묵 중에 하느님께서 제시하신 길, 예루살렘을 향한 언덕길을 오르십니다.
당신이 올라가는 그 길이 슬픔과 고통의 길, 죽음의 길임을 뻔히 알면서도 예수님께서는 그 길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길이었기에 묵묵히 오르십니다.
천국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 아버지께로 가는 길은 꽃길만이 절대로 아닙니다. 때로 그 길은 고난의 가시밭길, 조소와 야유로 가득 찬 슬픔의 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죽음의 길일수도 있습니다.
힘을 내십시오. 그 길 너머에 아버지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꺼이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그 모든 고통과 슬픔이 영광과 승리, 부활로 변화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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