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의 향기 (주님수난성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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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04-18 | 조회수1,66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 2003년 4월 18일 (금) -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오늘의 복음 - 그리스도의 수난기] 요한 18,1-19.42 <"이제 다 이루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셨다.>
[복음의 향기] 님은 이렇게 가셨다. 성금요일의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예절이다. 이 예절은 우리가 전례주년 속에서 평상시 거행해 오던 말씀과 성찬의 전례를 함께 한 미사성제와는 그 모습이 다르다. 그러나 오늘 전례의 내용이 미사성제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오늘 성금요일에 성찬례(미사)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와 영성체 예식만 거행한다. 매일 보던 십자가도 가려져 보이지 않고, 감실도 제대도 모두가 텅 비어있고 치워져 있다. 이렇게 교회의 전례주년 속에서 상당히 특별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금요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기념예절은 예수께서 어떻게 살아가셨는지를, 어떻게 고통받으셨으며, 또 어떻게 죽어 가셨는지를 보여준다. 성금요일의 분위기는 전례에 참석한 공동체 모두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직전에 세상을 향하여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4복음서의 저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마지막 말씀을 각기 서로 다르게 전해 주고 있다. 마르코와 마태오는 오후 세시쯤에 예수께서 십자가상 마지막 말씀으로 간주할 수 있는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마태 27,46; 마르 15,34: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부르짖으시면서, 마태오는 예수께서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었으며, 마르코는 예수께서 그냥 큰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었다고 전하고 있다. 루가 복음사가는 예수께서 큰소리로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가 23,46) 하시고는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요한 복음사가는 오늘 수난복음에서와 같이, 예수께서는 모든 것이 끝에 와 있음을 아시고 "목마르다"(요한 19,28) 하시면서, 사람들이 대어 드린 신포도주를 약간 드시고는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 하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예수님은 거의 기절한 상태나 혼미한 상태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분명하게 해 줄 수 있는 신포도주를 청하여, 조금 드심으로써 자신의 수난 과정이 끝나가고 있음을 인식하셨던 것이다. 이는 고통이 끝나고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인식이다. 육시(정오 12시)부터 구시(오후 3시)까지 온 땅을 덮은 어두움 속에서, 그것도 로댕(Rodin)의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의 모습도 아닌, 이사야의 말대로 "일찍이 눈으로 본적도 귀로 들어 본적도 없는 그런 기막힌 모습으로"(이사 52,13-15)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신 예수님! 33년을 하루 같고 한결 같았던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마감하는 순간, 그분은 또렷한 의식 속에서 "이제 다 이루었다"하고 말씀하시고는 숨을 거두셨다. "이제 다 이루었다"니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일까? 수난의 고통이 끝났다는 소리인가? 고통에 지친 사람이 이제는 죽음으로 쉬게되었다고 기뻐서 외치는 소리인가? 아니면 한 인간의 고통스런 삶이 그렇게 고통스러웠다고 푸념하는 소리인가? 그분의 외침은 분명 지쳐버린 자의 외침이 아니었다. 그것은 승리의 외침이었으며, 삶의 완성과 성취, 그리고 자신을 파견한 아버지께 대한 충성과 받은 사명에 대한 임무완성의 외침이었으며, 바로 인류의 영원한 구원이 성취되었음을 선언하는 외침이었다. "이제 다 이루었다"는 그분의 외침은 어제 저녁 예수께서 제자들과 나누었던 고별 만찬에서 제정하신 성체성사의 완성을 알리는 외침이다. 이 외침은 단순히 내어 뱉은 말 한마디가 아니라 바로 행위 그 자체이다. 이는 예수님 전 생애의 완성이요 결론이며, 자신이 선포한 약속과 복음,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책임 있는 행위이며 그 보증이다. 이는 어제 저녁 빵과 포도주의 모습으로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와 온 인류의 죄사함을 위하여 내어주시며 하셨던 말씀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후속조치를 동반하는, 즉 실제적 수행(修行)을 가져오는 "효과적 말씀"(Verbum efficax)인 것이다. 예수님의 마지막 외침은 실로 한결같았고, 덧붙이거나 뺄 것이 하나도 없는, 마치 단번에 그어 내린 일획과도 같은 그분의 삶, 아무런 욕심도 없고, 자신의 명예와 영광이나 안일에는 아랑 곳 하지 않는, 그야말로 몰아적(沒我的) 위타(爲他)의 삶의 외침이다. 이는 모든 것을 아버지의 뜻대로,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계획에 온전히 응답하고 투신(投身)한 삶의 외침이다. 또한 이는 "해내었다"는 자부심의 외침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아버지의 뜻만을 따르고 행하려는 아들 예수의 철저한 순종과 겸손의 외침이었다.◆ ["하기오스 아타나토스, 엘레이손 히마스." 거룩하신 불사신이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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