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풍이 불어오는 잔잔한 호숫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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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4-27 | 조회수2,412 | 추천수36 | 반대(0) 신고 |
4월 28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요한 3장 1-8절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미풍이 불어오는 잔잔한 호숫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간절히 추구하는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요.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잔잔한 호숫가에 서있는 듯한 마음의 평화.
역경 속에서도 주님의 현존 안에 누리는 마음의 평화.
"마음의 평화", 사실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지만 솔직히 꿈같은 일이지요.
많은 분들이 이런 하소연들을 하십니다.
"성당에 나가면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나온 지가 벌써 10년짼데, 마음의 평화는커녕 점점 분심과 잡념만 쌓여갑니다. 여기 저기 기도회다 피정이다 다녀보지만 감미로운 하느님 체험, 자유로움은 고사하고 적개심과 분노만 커져갑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우리 영혼 안에 아직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용서 없는 마음의 평화는 어불성설입니다. 용서 없는 자유로움은 불가능합니다.
용서가 없다면 고통만이 우리 삶을 지배합니다. 용서가 없는 곳에 진실한 기도도 없습니다. 용서가 없는 곳에 건전한 인간관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결국 용서가 없는 곳에 평화도 구원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새로 나다"는 말씀은 물론 세례를 통한 새로남을 의미하지만,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한다면 낡은 기존의 우리 시각을 교정한다는 말입니다. 과거에 우리가 지녔었던 고착화된 마음가짐을 고쳐먹는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이웃을 종전의 이웃이 아니라 새로운 이웃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결국 "새로 난다"는 말은 용서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저는 꽤 많은 분들의 삶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까이 몸 붙여 지내는 사람들 중에 관계가 최악인 "딱 한 사람"으로 인해 본인의 삶이 완전히 망가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딱 한사람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가 너무도 깊어서 그렇다는 것,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딱 한 사람으로 인한 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입니다.
매일 매순간이 그 딱한 사람으로 인해 분노의 순간들이고 복수의 칼을 가는 지옥의 시간이기에 삶이 너무나 팍팍할 뿐입니다.
자신의 삶 안에 자신은 10%도 없고 "그 밥 맛 떨어지는 사람"이 주인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새로 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기꺼이 용서하는 일입니다.
기꺼이 용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기꺼이 자신을 버리는 일입니다. 기꺼이 옛날 습관과 아픈 추억을 버려야만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은 생기 있는 인간, 자유로운 인간, 새로 태어나는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은 오직 진정한 용서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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