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월의 신부(新婦)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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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5-11 | 조회수2,549 | 추천수32 | 반대(0) 신고 |
5월 11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요한 10장 11-18절
"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목자가 아닌 삯꾼은 양들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다."
<오월의 신부(新婦)>
하필이면 성소주일(제 성소를 보다 확실히 굳혀야하는)을 준비하는 오늘, 시내 한 본당에서 혼배미사 주례를 서게 되었습니다.
작년 언젠가 나이가 지긋했던 신혼부부들을 위한 혼배 미사 주례를 설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오월의 신부(新婦)였습니다. 날씨까지 화창한 오월, 너무도 어여쁜 오월의 신부를 대하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더군요.
한번 웃자고 드린 말씀이지만, 이런 말씀드리는 제가 참으로 한심스럽지요?
수도생활! 하면 할수록 느끼는 바지만 정말 만만치 않은 생활입니다. "나이가 좀 더 들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마음을 먹지만 웬걸! 나이 들수록 유혹거리들은 더 많이 생깁니다. 수도자로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어려움은 점점 늘어만 갑니다.
돌아보니 제 수도생활의 초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따리를 풀었다, 묶었다 난리였습니다.
"여행은 고행(苦行)"이란 말이 수도생활에 딱 어울리는 말인 듯 합니다. 수도자로서 그토록 염원하는 하느님 체험은 점점 요원해지기만 합니다. 수도자로 살면 살수록 그 삶이 더욱 신명나고 더욱 살맛이 나야 할텐데....현상유지는커녕 퇴보만 하는 느낌입니다. 매일의 공동체 생활은 어찌 그리도 팍팍한지요?
이렇게 봉헌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할때가 언제인가 돌아보니 하느님 체험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수도자들의 삶에 있어서 하느님 체험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무의미한 삶입니다. 수도자들이 기도하지 않을때, 매사를 세상사람들과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으로 봉헌생활 그 자체가 시시해지고 맙니다. 자신의 삶이 영양가가 없는 생활이라고 여기게 되지요. 무위도식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인해 부끄러움만 남습니다. 생산적이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데서 오는 죄책감으로 괴롭기만 합니다.
수도자로서 하느님 체험이 뒷전이고 세속적으로만 살아갈 때 느끼는 비참함은 너무도 큰 것입니다.
많은 신자분들이 수도자과 사제들, 또 성소자들에게 "어려운 길을 간다"면서 무엇이라도 해주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데 물질적인 것은 결국 한계가 있지요. 그레서 저희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기도입니다.
저희 각자에게 부여된 하느님으로부터의 선물인 "성소"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를 기억하며 늘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저희의 성소를 잘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는 노력이야말로 봉헌생활을 해나가는 저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저희 수도자들은 예수님때문에 기쁘게 견뎌냅니다. 오늘은 비록 뚜렷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가치관이신 예수님을 거울을 보듯이 대면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 희망 때문에 이 숱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견뎌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보다 높은 가치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삶안에 위해 실현하기 위해 용감히 투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대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슴 한 모퉁이에 그리움과 추억을 접어둔 채 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이 세상 안에 분명히 현존하고 계심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심없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봉헌생활에 투신하겠다는 것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 하루, 이 순수한 여린 새싹들이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화되어 나가길 특별히 기도하는 성소주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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