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우나 고우나 한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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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5-20 | 조회수2,697 | 추천수26 | 반대(0) 신고 |
5월 21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요한 15장 1-8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 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미우나 고우나 한집에>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 살면서 겪게되는 가장 가슴아픈 일은 아이들이 "떨어져나가는" 것입니다. 한 아이가 잘려나간 가지처럼 바깥을 떠돌기 시작함으로 인해 저희들이 받게되는 정신적 육체적 타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미우나 고우나, 꼴통이거나 사고뭉치거나 일단 붙어만 있는 그 자체로 제겐 가장 큰 기쁨입니다. 일단 집에 붙어있어야 교육을 시키든 치료를 하든지 할텐데, 떨어져 나가버리면 모든 것이 다 허사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의기소침해지고 일할 의욕을 상실합니다. 잠자리에 누워도 "개념 없고 한심한 그 녀석들" 때문에 울화통이 치밀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어도 무슨 맛인지를 모르지요.
반대로 저희에게 가장 기쁜 일은 떨어져나갔던 아이들이 사건의 경위야 어떻든,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다시금 붙어있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는 일입니다. 그런 날은 너무 기쁜 나머지 한잔해야지요. 얼싸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지요.
예수님의 마음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합니다. 예수님께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이 세상 모든 당신의 자녀들이 당신께 뿌리를 두는 일, 당신 생명의 말씀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포도나무 가지들이 되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인, 비그리스도인 따지지 않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 자비의 품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당신의 선선한 그늘 아래 휴식하기까지 예수님의 마음은 편치가 않으십니다.
오늘 포도나무 가지의 비유를 묵상하면서 바오로 사도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갖은 열악한 조건, 무수한 생명의 위협 앞에서도 끝까지 예수님께 붙어있으려고 처절히 노력했던 삶이 바로 바오로의 삶이었습니다.
다마스커스로 가던 바오로가 회개한 이후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당시 바오로를 맞이한 것은 축하파티나 대환영 플랜카드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와 정 반대로 바오로는 철저하게도 왕따를 당했습니다. 왕따 정도가 아니라 몇몇 사람들은 바오로를 죽이려고 작정까지 했습니다. 끊임없는 떠돌이 생활, 갖은 병고, 숱한 생명의 위협 가운데서도 바오로는 끝까지 예수님께 붙어있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됨으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만을 선택한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따라오는 갖은 불편함, 복잡한 의무들, 이 세상의 손해들을 기쁘게 감수하는 노력 역시 뒤따라야하겠습니다.
<아래의 방송듣기를 클릭하시면 평화방송 라디오 "살며 기도하며"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제 특별강론(주제: 삶과 기도, 길이: 약 30분)이 들릴 것입니다.
아무리 잘 봐줄려고 해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느끼한 목소리여서 괴롭겠지만 심심풀이로 한번 들어보시라고 연결해놓았습니다. 내용은 주로 "오늘의 묵상"에 소개된 것들을 짬뽕해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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