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년에는 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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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5-31 | 조회수2,561 | 추천수34 | 반대(0) 신고 |
5월 31일 토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루가 1장 39-56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내년에는 꼭>
오늘 복음은 교회 안에서 가장 대표적인 찬미가로 손꼽히는 두 노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성모님을 환영하는 사촌 엘리사벳의 찬가는 우리가 눈만 뜨면 습관처럼 바치는 기도, 때로 고통이나 위험 중에, 때로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서 바치는 "성모송"에 그대로 인용되고 있지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에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도다."
진심으로 환영하는 엘리사벳의 노래를 들은 성모님의 응답이 그 유명한 마니피캇(성모의 노래)입니다. 매일 저녁 세상 곳곳의 셀 수도 없이 많은 수도원이나 수녀원, 신학교나 사제관에서 불려지고 있는 아름다운 노래가 성모의 노래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무렵, 형제들이 함께 모여 고운 선율로 "성모의 노래"를 부를 때의 감동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성모의 노래는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한 평생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니피캇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여행중인 우리들을 위한 가장 뛰어난 가이드이자 가장 간결하고 탁월한 교리서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보십시오. 성모님의 노래에는 성모님께서 한평생 간직하셨던 참신앙인의 자세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단순함과 기쁨, 겸손과 감사, 의탁, 하느님께 대한 신뢰...신앙인으로서 지녀야할 모든 바람직한 자세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우리는 갖은 인간적인 고통과 불행을 영적인 마음으로 잘 극복해내고 오히려 비약적 신앙의 성장을 일궈낸 두 위대한 신앙의 선조를 기억합니다.
신앙의 눈이 아니라 인간적인 눈으로만 바라봤을 때 두 사람이 보여준 만남은 참으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상황,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모습, 너무도 웃기는 한편의 개그콘서트였습니다.
16세 밖에 되지 않는 나이에 이미 미혼모가 되어버린 마리아는 자신에게 다가온 너무도 난감한 사건, 너무도 급작스런 일 앞에 어떻게 손도 써볼 수 없어 황당해 합니다. 마음이 너무도 혼란스러워졌겠지요. 사람들의 눈도 피할 겸, 상황을 수습할 겸해서 마리아는 사촌 엘리서벳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마리아를 맞이한 엘리사벳의 모습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엘리사벳과 즈가리야는 나름대로 자타가 인정하는 열심한 신앙인 부부였지만 결정적인 약점을 한가지 지니고 있었는데, 후손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이 부부는 당시 하느님 사랑과 축복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었던 후손이 없었습니다. 당시 후손이 없다는 것처럼 서글픈 일은 다시 또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년에는 꼭..."하던 게 벌써 50년째였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극도의 서운함, 아쉬움, 안타까움을 접고 엘리사벳 부부는 마침내 후손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에 무슨...그냥 이대로 살다 죽지"하는 순간, 엘리사벳 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아기를 가진지 6개월이나 지난 60대 할머니 엘리사벳이 16세 미혼모를 향해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미혼모 마리아는 그 이상한 할머니의 노래에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두 여인의 상봉 장면을 바라본다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너무도 불행한 일이고, 창피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 하신 만남이었기에 그 모든 인간적인 불행과 오해와 고통과 두려움은 행복과 이해와, 기쁨과 평화로 변화됩니다.
아무리 비참하고 불행한 한 인간의 삶일지라도 하느님께서 개입하시면 그 정반대의 삶이 됩니다. 천국의 삶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하루 하느님으로 인해 행복한 삶, 하느님으로 인해 기꺼이 견디는 삶, 하느님으로 인해 이겨내는 모든 삶의 십자가를 기쁘게 직면하는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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