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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1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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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30 조회수1,492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3년 6월 30일 (월) -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8,18-22

<나를 따라라.>

 

그 때에 18) 예수께서 둘러서 있는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하셨다. 19)그런데 한 율법학자가 와서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0) 그러나 예수께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21) 제자 중 한 사람이 와서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2)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 두고 너는 나를 따라라."◆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호수 이쪽과 저쪽

 

일년의 반이 지나가는 유월의 마지막 날이다. 돌이켜보면 유월도 오월만큼이나 분주한 나날이었던 것 같다. 유월은 1일 주님승천대축일을 시작으로 성령강림대축일, 삼위일체대축일, 주님성체성혈대축일, 세례자 요한 탄생대축일, 6.25기념일, 예수성심대축일, 성모성심축일,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 등으로 충만한 달이었다. 특히 유월은 성삼(聖三) 하느님의 구원신비와 이에 대한 인간적 응답의 조화를 잘 묵상할 수 있는 은혜로운 시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였고, 전국 가톨릭대학(교) 교목자 연수를 치렀고 학생들과의 하계봉사활동도 다녀왔다. 남은 것은 시험지 채점하는 일이다. 지난 6개월 속에는 많은 아쉬움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렇다고 흘러간 시간들을 돌이킬 수는 없다. 일년의 다른 반이 남아 있으니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잘 살리라 다짐해 본다.

 

우리는 그 동안 예수님의 산상설교(마태 5-7장)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 안에서 통용되는 헌법에 대하여 배웠다. 예수께서는 구약의 율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권위 있는 말씀을 통하여 새로운 의로움을 가르쳐 주셨다. 이제부터 예수께서는 권위 있는 행동을 통하여 도래한 하느님 나라의 위력을 보여 주신다. 마태오는 예수님께서 보여 주실 하느님 나라의 위력을 10가지 기적사화와 몇 가지의 대담으로 8장과 9장에 엮어 놓았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나병환자의 치유(8,1-4), 백부장의 놀라운 믿음과 하인의 치유(5-13절), 시몬의 장모 치유(14-15절)와 많은 병자의 치유(16-17절)에 이어 당신을 따르는 추종의 자세에 대하여 가르치시는 대목이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치유의 기적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이제 그 관심은 예수를 따르는 추종(追從)으로 이어진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막연하게 예수님 뒤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둘러 서 있는 군중을 보시고는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18절)고 하신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곧 "호수 건너편"이다. 호수 이쪽 편에서 건너편으로 가라는 말은 단지 장소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 이상이다. 호수 이쪽은 들판과 산을 누비는 여우가 쉴 동굴이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들이 둥지를 트는 보금자리를 말한다.(20절) 율법학자 하나가 예수께 "선생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19절) 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호수 이쪽 편에 있는 한 예수께 대한 완전한 추종은 불가능하다. 호수 이쪽 편에는 자신의 머리와 몸을 누일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고, 소유(所有)가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당신의 참된 제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호수 이쪽을 떠나 건너편으로 가야함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물질(物質)을 사용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가 예수님을 추종하기 위하여 이쪽을 떠나 건너편으로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때로는 마음만 가고 몸은 그대로 있고, 때로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들 모습을 본다. 그러나 예수님을 따라 가는 도중에 우리는 깨닫게 된다. 하느님께 사로잡힌 사람에게 물질(物質)과 소유(所有)와 인연(因緣)이 다 무엇인가를 말이다. 참된 제자는 언제나 자유로워야 하며, 필요할 땐 하느님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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